[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0년 만에 문이 열린 현대자동차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공채에 6명의 여성이 '금녀의 벽'을 뚫고 합격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스펙을 지녔을까.
지난 7일 현대자동차 1차 생산직 공채 합격자들이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에서 현장 근무를 위한 4주간의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에 참여한 합격자는 185명, 이 중 6명이 여성이었다.
현대차 기술직에 여성이 채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 과정엔 10만 명이 넘는 구직자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계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차의 첫 여성 기술직이 된 김은정 씨는 "기능사 자격증 5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직 채용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고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쪼개 공부한 노력이 합격으로 이어져 너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스무 살 신입사원인 황재희 씨는 굴삭기 제조 업체에 근무하다가 이번 공채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증을 쥐었다.
황씨는 "경쟁률이 높은 전형이다 보니 합격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비록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현장에서 세대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기능사 자격증을 8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기계공고 1학년 때 선반 기능사를 시작으로 졸업 때까지 밀링, 금형, 측정, 기계설계, 생산 자동화 등의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항공정비 업계에서 근무하던 최소란 씨는 주말 부부였는데 이번 공채 합격으로 남편이 있는 울산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내 손을 거쳐서 자동차가 완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게 된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직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와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국내 생산공장에서 근무할 기술직을 올해 400명, 내년 300명으로 총 7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기술직 신규 채용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조만간 올해 2차 합격자 215명을 발표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기술직 300명을 추가 채용한다.
현대차 기술직은 높은 급여 수준과 정년 보장, 각종 복지 혜택 등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킹산직'으로 불릴 만큼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현대차 기술직의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은 약 9600만원에 달했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재직 땐 현대차를 최고 30% 싸게 살 수 있고, 퇴직 후(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도 평생 25%까지 할인받는다.
특히 이번 채용은 학력·경력·나이·성별 등을 배제한 '무스펙 채용'으로 진행되면서 10만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차 채용 서류 접수 첫날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