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사람들이 길게 줄 선 편의점 계산대 앞. 한 할머니가 동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계산원은 고개를 삐죽 내밀며 뒤에 줄 선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할머니는 뒤의 청년이 발로 바닥을 두드리자 "미안해요. 느려서"라고 사과한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탓에 할머니가 초조함을 느끼던 그때, 바로 뒤에서 발을 튕기던 화려한 복장의 한 청년이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혹시 당황하셨어요, 할머니? 아무도 화 안 났어요. 할머니의 페이스대로 하면 돼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나답게 당당하게 사는 거야"
해당 영상은 지난 2022년 일본의 공익사단법인 AC재팬(AC Japan)에서 만든 공익광고다. AC재팬은 우리의 공익광고협의회와 비슷한 일본의 공익광고를 만드는 민간 단체다.
이 광고에는 '관용 랩'이란 제목이 붙었다. '불관용의 시대, 현대 사회의 공공 매너란'이란 주제로 다양성과 세대 갈등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광고의 큰 틀은 '랩 배틀'에서 따왔다. 다만 상대를 향한 디스는 없다.
할머니 뒤에서 랩을 한 청년은 일본의 유명 래퍼 '료후 카르마'다. 그는 마이크 대신 아이스크림을 들고 공격이 아닌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청년의 랩에 할머니 또한 랩으로 화답한다.
할머니는 "폐를 끼치고 있다며 당황해하고 있었더니 설마 하던 상냥한 말. 나 자신도 반성해 겉모습으로 판단, 더 이상 필요 없어 색안경 같은 건"이라고 한다.
그리고 청년과 할머니가 함께 "모두 다른 건 당연한 것. 나는 나, 너는 너. 모두 할 수 있어요, 모두 가지고 있어 서로를 향해 리스펙"이라는 가사를 읊는다.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계산원은 "비난하기보다 서로 칭찬해~ 그것이 상냥한 세계~"라며 가창력을 뽐낸다.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 이 광고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영상 속 자막은 청각장애인들을 배려하기 위해 화자에 따라 다른 색을 사용했다. 또 자막을 이해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수화 또한 왼쪽 하단에 포함시켰다.
이 광고는 FCC(후쿠오카 카피라이터즈 클럽) 2022 혼합 부분 FCC상, CCN(카피라이터스 클럽 나고야) 2022 TV CM 부문 CCN상, 제60회 JAA 소비자가 선택한 광고 콩쿠르 TV 광고 부문 JAA상 그랑프리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상을 본 국내 누리꾼들 또한 "딱 우리나라 현 상황에 필요한 광고다", "수어 통역사가 제일 유쾌해 보인다", "진짜 멋진 광고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