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3일(목)

나영석 "차승원의 과하게 뛰어난 요리 실력, 최대 반전"

 

지난해 늦여름 어느 날 tvN '꽃보다 청춘' 제작진은 식후 커피를 마시면서 휴가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페루편과 라오스편 제작이 맞물린 상황에서 휴가는 어림도 없었지만, 모두 가상의 계획을 거창하게 늘어놓았다.

 

이때 이우정 작가가 한마디 보탰다. "이제 공항 가는 것도, 외국 가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조용한 시골집에서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부침개 먹는 것이 내 꿈"이라고.

 

"그 순간 정말 저도 그러고 싶더라고요. 2천만 원에 시골집을 산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은 터라, 말로 그칠 것이 아니라 100만, 200만 원씩 추렴해 다함께 쓸 시골집을 얻기로 했죠. 서로 주말에 쓰겠다, 그림을 걸겠다 하면서 난리였어요. 곧바로 부동산을 알아봤는데 수도권에는 그 돈으로 얻을 집이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죠."

 

최근 마포구 상암동 CJ E&M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나영석 PD는 "그 과정에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사람들의 그런 꿈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방송을 한 번 만드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올해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는 '삼시세끼'는 그렇게 "얼척(어처구니)없는 꿈"에서 비롯됐다.

 

◇ "제 욕심에 가장 부응한 건 정선편…최고 반전은 차승원"

 

나 PD는 지난해 10월 17일 선보인 정선편1부터 1년여간 네 편의 '삼시세끼'를 차근차근, 부지런히 차려냈다.

 

남자 셋이 두메산골(강원 정선)과 외딴 섬(전남 만재도)에서 차려낸 세끼 밥상에 까다로운 입맛의 시청자들이 이렇게 열광할 줄은 나 PD를 포함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특히 번외편인 차승원·유해진·손호준의 어촌편은 시청률에서나 화제성에서나 본편을 압도했다.

 

"(정선편) 이서진이 못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면서 농담을 던진 나 PD는 정작 자신의 욕심에 가장 부응한 방송으로 정선편을 단번에 꼽았다.

 

"즐기고 싶다는 꿈에서 시작해서 방송 프로젝트로 넘어간 만큼 현장에서도 이게 프로그램인지, 현실인지 싶더라고요. 촬영할 때 즐거웠던 건 물론이고요. 또 거기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시도했어요. 바람 소리만 따서 방송한다든지, PD의 '로망' 같은 걸 실현해 봤어요."

 

'어촌편' 차승원은 나 PD가 여태껏 함께 일한 출연자 중 가장 예상치 못한 효과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차승원 씨가 음식을 잘 만든다고 말하기에 그냥 그런가 했죠. 그런데 음식을 정말 굉장히, 잘 만드는 거예요. '시골에서 유유자적 힐링하는 프로그램인데 음식을 과하게 잘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제작진이 고민 끝에 회의까지 열었어요. 최고 반전이었죠."

 

지난 11일 어촌편2가 막을 내리자 다시는 '삼시세끼'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낙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 PD는 그 이야기에 슬쩍 "그러면 한 번 더 해야 하겠다"는 답을 내놓아 기대를 키웠다.

 

◇ "30대 꽃청춘에게서 들어볼 이야기 있다고 생각"

 

나 PD는 '삼시세끼'를 끝내자마자 내년 1월 1일 첫 방송 되는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3년 전 여행에서 목격한 오로라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어서 아이슬란드를 택했다. 장소도 익숙한 곳이 아니지만, 동행한 조정석·정상훈·정우·강하늘 조합은 더 뜻밖이다.

 

나 PD는 "출연자를 섭외할 때는 관계를 중시한다"면서 "먼저 조정석 씨에게 관심이 있어서 연구했더니 정상훈, 정우 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걸 알게 됐고, 또 이 셋은 모두 강하늘 씨와 작업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넷이 한데 모였을 때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나 PD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

 

아이슬란드편은 윤상·유희열·이적의 페루편과 유연석·손호준·바로의 라오스편에 이어 3번째 '꽃청춘'이다. 나 PD가 이번에 전할 '청춘' 의미는 무엇일까.

 

잠깐 말을 멈춘 나 PD는 "솔직히 이들은 완벽한 톱스타는 아니다"라는 이야기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부단한 노력과 좋은 운을 만나서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오른 사람들이죠. 그만큼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도 생각하고요. 넷은 페루편처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뒤 여유롭게 관조하는 40대 느낌도, 라오스편처럼 마냥 신나서 뛰어다니는 20대 느낌도 아니에요.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에게서 들어볼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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