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금속이나 화합물의 전기저항이 어느 온도 이하에서 급격히 0이 되는 현상으로 양자컴퓨터, 핵융합발전 등을 위한 핵심적인 물질로 손꼽힌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기 손실 없는 초고효율 전력망 구축과 손바닥만 한 양자 컴퓨터 등을 실현에 옮길 수 있다.
지난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는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에 관해 쓴 2개의 논문이 올라왔다.
연구진은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회사 연구자,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지난해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근무했던 김현탁 박사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납을 이용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물질 'LK-99'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연구진은 LK-99가 섭씨 126.85도(400K)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는 온도가 127도 이하일 때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뒤 해외에서도 외신들이 잇따라 소개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과학계는 해외에서도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발표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에도 재현성이 없다는 이유로 논문이 철회되는 등 논란이 있었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 연구팀이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며 논문이 철회된 바 있다.
또한 올해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재차 발표했지만, 2021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낸 논문이 또다시 데이터 조작을 이유로 철회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 연구진의 이번 논문 또한 데이터가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물질 특성상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입증되기 위해선 같은 실험 결과가 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연구진은 초전도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로 보인다"며 "이들이 데이터를 제시한 일부 방식은 수상하다.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한국 연구진이 논문에서 주장한 것들을 검증하고 있다. 이 논문의 진위는 일주일 안에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연구진들이 공개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사이트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온 논문은 아직 학계의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논문 저자들은 이번 논문이 완성된 논문이 아니며 공개도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