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달 19일이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엘리베이터에 '점검중'이란 표시가 떴다.
입주민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타고 올라야 했다.
며칠 뒤 아파트 각 층에는 한 장의 쪽지가 붙었다.
쪽지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902호입니다. 지난 엘리베이터 고장 시 지하 1층에서 902호까지 할머니를 업어서 올라오신 청년께"라는 문구가 적혔다.
902호 집주인은 "전화 한번 해주세요. 감사 인사도 못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 제보자를 통해 전해진 해당 사연에 따르면 이날 엘리베이터는 3~4시간 동안 멈춰 있었다. 902호에 살던 할머니 또한 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30도를 웃도는 날, 고령의 할머니에게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한 청년이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를 등에 업고 9층까지 올랐다. 할머니를 9층에 모셔다드린 뒤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25층까지 걸어 올라갔다고 한다.
한 온라인 카페에 해당 사연을 소개한 이 아파트 입주민은 위 쪽지를 발견하고, 25층 청년 아내의 연락처를 받아 902호 주민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9층 할머니의 자녀는 직접 25층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떡을 돌렸다.
사연을 전한 입주민은 "25층 입주민께서 저희 집에도 떡을 나눠 주셨다. 참으로 따뜻하고 감동적인 엘베 고장 스토리의 비하인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시 한번 25층 천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할머니가 내 엄마였을 수도 있다. 28층에 사는 할머니였어도 업고 가셨을 그분이기에 9층 자녀의 마음도 함께 느껴져 더욱 감동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