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대한항공 직원이 사내 반바지 착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에 대해 털어놓자 조원태 회장이 나서 상황을 일단락했다.
지난 12일 대한항공 사내 소통 게시판에는 '반바지 입는 걸로 눈치 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자 대한항공 직원 A씨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워서 반바지 입고 출근했더니,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뒤에서 말했다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복장 자율화라면서 실상은 눈치 보며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며 반바지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지적했다.
이후 해당 사연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한 사람의 댓글을 본 직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제가 몇 년 전 반바지를 입겠다고 했었는데 아직 못했다"면서 "하면 안 돼서가 아니라 몸매에 자신 없어서다"라고 했다.
직원의 불만에 직접 반바지 착용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건 직원의 개인 의사다. 누구도 뭐라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회장이 직접 게시판에 댓글을 남기며 반바지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런 논란은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대외적으로는 '복장 자율화'를 내걸고 나서지만 여전히 사내에서는 반바지 착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56명을 대상으로 '복장자율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93%가 '찬성 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현실적으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팀장·부서장 등 높은 직급의 상사가 눈치를 주기 때문에 입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복장과 평소 행실을 연결해 평가하는 선배도 있어 인사고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바지를 입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시되는 원칙과는 별개로 사내에는 반바지 착용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