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1일(화)

한우 역대급 '초과 공급'으로 산지 가격 폭락하는데 고깃집 값은 그대로인 이유

인사이트풀 뜯는 한우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우 공급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사육 중인 한우의 수는 역대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농업관측자료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는 361만 9000두까지 늘어났고, 9월에는 364만 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의 수가 늘어나면서 올해 도축되는 한우는 94~95만 마리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101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역대급 '초과 공급'이란 말이 나온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실제로 한우의 도매가는 1년 전보다 22%나 하락했다.


그러나 한우의 소비자가는 6% 하락하는데 그쳤다. 한우 가격을 내린다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는 유통에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우 소매가격의 44~54%는 유통 비용이었다. 


한우 10만원어치를 산다면 그 중 절반인 5만원은 유통 비용인 셈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농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1000만원에 판 소가 마트에게 가면 2000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자신의 소득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우의 경우 '농가-소 수집상(우시장)-공판장(도축장)-경매장-중도매인-도매상-유통업체-소매점-소비자'까지 8단계를 거친다. 


중간상인들은 통상 한우 농가가 우시장에 경매로 소를 팔면 이를 마리 단위로 사들인 다음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제거하고 부위별로 값을 매겨 판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유류비, 물류비 등 비용을 붙여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우의 공급 과잉으로 도매가는 크게 하락했으나 최근 인건비 등의 인상 여파로 결국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은 시장에서 만나기 힘들다. 


도매가가 떨어졌어도 유통업자들이 하락 폭만큼 소비자 가격을 하락시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우가 '사치재' 성격이 강해서다. 


사치재의 경우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정육점이나 식당이 도매가가 떨어졌다고 소비자가를 바로 낮추지 않는 이유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소비자들은 초과공급을 체감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농가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한우 공급은 2024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한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우 단체들은 산지 가격이 떨어진 만큼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소비자가를 연동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