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미국 뉴욕의 한 길거리. 더러운 외투와 낡은 구두, 그리고 비니를 눌러쓴 한 노숙인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이 노숙인을 한 중년 여성이 지켜봤다.
여성은 뉴욕으로 여행을 온 프랑스 관광객인 카린 곰부였다. 평범한 주부이자 여행객이었던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인을 보고 다가갔다.
이윽고 가방 속 비닐에 담긴 먹다 남은 피자 조각을 건넸다. 카린은 노숙자에게 피자가 식어서 미안하다는 말도 건넸다.
피자를 받아 든 노숙자는 카린을 향해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카린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후 카린은 호텔에서 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호텔 방문을 두드렸다. 잠이 덜 깬 카린이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신문을 건넸다.
신문 1면에는 큼지막하게 카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카린이 노숙자에게 피자를 건네던 그 모습이었다.
그제야 카린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됐다. 카린이 피자를 건넨 노숙인은 사실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이자 수천억 자산가로 알려진 리처드 기어였다.
당시 리처드 기어는 영화 '타임 아웃 오브 마인드'를 촬영 중이었는데, 극 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이 노숙인이었다.
리처드 기어는 거리의 행인들조차 착각할 정도로 리얼한 노숙인 연기를 선보였고, 영화 내내 지하철, 거리, 벤치 바닥을 전전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영화감독은 카메라에 리얼함을 담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촬영했고, 시민들은 영화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게 영화 촬영 중인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게 된 카린. 현장에 있던 감독과 스태프 모두 카린의 선행에 감동해 촬영을 방해하는 그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고 한다.
리처드 기어 또한 카린이 당황할 수 있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당시 리처드 기어는 "내가 노숙인 분장을 하고 뉴욕시에 나섰을 때,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갔고, 혐오스럽게 바라봤다. 오직 한 숙녀만이 내게 음식을 줬다"며 "그것은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4년 발생했던 해당 사건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시 전해졌다. 리처드 기어는 영화 출연 후 노숙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카린의 따뜻한 눈빛과 선행이 만들어 낸 또 다른 기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