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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잔의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조언이 애주가들에게 자주 인용되지만 실제는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11일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을 통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가벼운 음주라도 이를 자제하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의 가능성을 줄일 뿐만 아니라 체중을 줄이고 고혈압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런던보건대학원의 후안 카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계 주민 26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56편의 논문에서 얻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분해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변체 ADH1B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 변체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술을 마시게 되면 체내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돼 구역질과 두통, 안면홍조 등의 불쾌한 징후를 보이게 돼 지나친 음주를 피하는 경향이 높다. 이 유전자 변체는 동아시아 주민들에게서 흔히 발견되지만 유럽인들에게서 발견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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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조사 결과, 이 유전자 변체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음주량이 17% 적고 과음할 가능성도 78%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ADH1B 유전자 변체를 가진 사람들은 또한 관상동맥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도 10%가 줄어들며 심장수축 혈압과 체질량지수(BMI)도 낮았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후안 카사스 교수는 "우리는 소량, 적당량, 다량의 음주 여부에 관계없이 음주량을 줄이는 것과 심혈관의 건강 사이에 상관 관계를 발견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가볍게 혹은 적당하게 음주하는 사람들이라도 알코올 소비량을 줄이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량 혹은 적당량의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믿음에는 허점이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카사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가 통계적 접근에 의존한 것으로, 왜 ADH1B 유전자 변체를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한지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시도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유전자역학 전문가인 팀 스펙터 교수는 "유전자 판별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설문보다는 행동습관을 평가하는데 더 나은 방법"이라면서도 알코올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심장질환을 줄여주는 장내 미생물과 같은, 다른 특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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