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에 K 컬처를 전파 중인 한국 기업의 정체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주변에 K팝·K드라마·한국음식을 즐기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졌다"
한국 콘텐츠 열풍을 타고 한국 음식 등이 미국 일상과 가정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일찍부터 라이프스타일 사업군을 필두로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CJ그룹이 있다.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문화를 즐기게 하겠다"던 CJ그룹의 원대한 꿈의 조각들은 세계 어디로 뻗어나가 어떤 성과를 이루고 있을까.
비비고 만두 시장 제패...치킨에 이어 'K-스트릿 푸드'까지 유행시켜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미국 가공식품 시장에서 트렌디한 K-푸드 문화로 자리 잡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있다. 현재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체인에 비비고 제품이 공급돼 연간 시장점유율 1위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선풍적 인기의 비결은 닭고기, 고수 등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끝없는 제품 개발에 있다. 미국 식품기업 애니천, 옴니, TMI, 카히키, 슈완스 등을 인수하며 미국시장의 '주류 식품 업체'로 몸집을 키운 것도 한몫했다.
현지화 작업과 함께 '한국적 의미'를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력제품 만두의 경우 현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Dumpling'이 아닌 'Mandu'로 표기했는데, 이는 국내에서도 이슈몰이를 할 정도로 화제였다.
CJ제일제당은 마트에 이어 떡볶이, 핫도그 등 한국의 거리음식을 'K-스트리트 푸드(K-Street Food)'로 글로벌 브랜드화해 해외에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생충'으로 터진 반응...13년차 맞은 KCON, K-컬처 페스티벌로 자리매김
CJ그룹의 K-컬처 전파 노력도 빛을 발했다.
1995년 할리우드 스튜디오 '드림웍스'에 3억 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 포문을 연 CJ그룹은 문화기업으로의 진화를 위해 한국 예능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먼저 주목을 받은 건 한국의 예능이었다. '꽃보다 할배',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이 미국판으로 리메이크돼 지상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휩쓸었다.
음악 시장에서도 'MAMA AWARDS' 개최를 통해 K-POP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CJ ENM은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더 글로리', '일타 스캔들' 등 글로벌 인기를 얻은 드라마도 제작 중이다.
영화계에서도 CJ ENM은 놀라운 성적을 거둔다. 지난 2019년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등 4관왕에 오르며 K콘텐츠의 위상을 전세계에 퍼트렸다.
'기생충'이 CJ ENM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건 영화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실제 북미 시장에서 CJ ENM이 문화의 선봉장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케이콘(KCON)'의 역할이 크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케이콘'은 K-팝 공연에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을 융합한 세계 최대의 K-컬처 페스티벌로, 한 국가의 음악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 전반에 관한 페스티벌 모델을 제시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누적투자 6.2조, 매출 6.9조원, 고용 1.2만명"...실적이 알려주는 CJ 미국사업의 성공
CJ그룹의 미국 사업은 식품 사업을 넘어 콘텐츠, 물류, 바이오 신사업 등 성장성이 높은 라이프스타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포함하고 있다.
투자 금액만 6.2조원에 달하며, 이들의 원대한 목표는 미국 사업 매출만 6.9조 원을 기록하는 결과로 증명됐다. 최근 5년 동안 약 8배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현재 CJ그룹의 현지 직원 수는 1만2천명으로, 미국 진출 한국 대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은 세번째 규모다.
CJ그룹 사업 중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한 분야는 단연 식품사업으로, 총 5조1811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중 약 80%인 4조356억원을 미국 시장에서 거두었다. 명실상부 아시안 냉동식품 No. 1 사업자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편 '뚜레쥬르'를 앞세운 CJ푸드빌의 경우 미국 법인이 2018년 해외법인 중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5년 연속 흑자 폭을 늘려가고 있다.
"K푸드가 끌고 K콘텐츠가 민다"...식품회사에서 '글로벌 라이프 기업'으로 도약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단순히 영화 유통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멀티플렉스도 짓고, 영화도 직접 만들고, 음악도 하고, 케이블채널도 만들 거야.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자는 거지"
1995년 3월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가 '드림웍스SKG' 투자 계약을 성사시키러 떠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 말이다.
그 말처럼 현지 맞춤형, 인수합병(M&A) 등의 전략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해온 CJ는 미주사업 확장을 넘어 글로벌 확장을 꿈꾼다.
탄탄히 쌓은 노하우와 북미 거점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No.1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꿈꾸는 CJ의 걸음은, 한국 문화를 전파한다는 사명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의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