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부대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월급도 급격히 오르자,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국방 개미'가 증가했다.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병사들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8년 국방부는 시범운영을 거쳐 이듬해 4월부터 전 부대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이용을 허가했다.
부대에 따라 시간과 규율에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대체로 평일 기준 오후 5시 30분에 개인 휴대폰을 받아 밤 9시에 다시 반납한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열리는 정규장이 끝난 이후로 휴대폰을 쓸 수 있지만 주식거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간외거래를 하거나 예약 매도·매수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교대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낮잠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규장에도 참여할 수 있다.
늘어난 월급도 주식투자에 많은 군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병장 월급은 100만 원으로 전년 67만 6100원 대비 48%가량 증가했다.
'군 적금'으로 불리는 장병내일준비적금에 가입하면 월 최대 40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지만, 많게는 60만 원의 여윳돈이 남는다.
상병과 이병의 월급도 각각 80만원과 68만원에 달한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나 카카오처럼 주당 1만~10만 원인 종목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에서 복무 중인 A 병장은 지난달 반도체 관련주인 주성엔지니어링 20주를 주당 1만 7000원에 매도했다. 그가 거둔 수익률은 50%에 가깝다.
상병 시절부터 매달 월급의 절반 정도를 주식에 투자한 그는 지금까지 2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A 병장은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는 병사가 흔하다며 "10명이 지내는 한 생활관에서 보통 2~4명은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편 병사들의 주식 투자 문화가 퍼지면서 간부들 사이에서는 병영 관리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늘었다.
주식 투자에 지나치게 중독되거나 투자 실패로 인한 우울감에 의해 부대 기강도 해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하게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현재 병사들의 주식 투자를 막을 방법은 없다. 군인의 지위와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의해 군인이 금융업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순 주식 투자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