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최근 의학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1등급 초·중반대 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내신 점수를 얻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입학하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현재 내신 점수로 의대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자퇴 후 재입학'이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모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자퇴 후 재입학하면 내신이 초기화되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재입학하고 나서 성적이 더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광주 모 고등학교의 진학지도 담당 교사 B씨는 "예전보다 의학 계열의 수능 최저 등급이 완화되면서 수시로 대학 가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내신이 안 나오면 자퇴하고 재입학해서 내신 점수를 다시 노리는 학생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입 전략으로 재입학을 권유하는 입시컨설팅 업체도 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퇴 후 어떤 고등학교에 재입학할 수 있는지 시기는 언제쯤으로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재입학 전략을 설계해 주는 것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최근 10명이 넘는 학생에게 재입학 전략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의 입시상담가는 "자퇴 후 재입학 사례는 꽤 있다며 필요하면 진행하는 것이 좋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실제 과거 의대 입시를 준비했던 대학생 C씨는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 삼수도 했는데 요즘 고등학생 신분으로 1,2년 더 남아 있는 것이 뭐가 그리 큰 문제겠느냐"라며 '자퇴 후 재입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자퇴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1등급 비율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일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자퇴 후 재입학하면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힘들다"와 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업 중단 및 자퇴는 본인이 결정하고 해당 학교가 재입학 허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제재가 어려운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학벌을 따지는 대학 서열화와 입시 중심 교육이 만든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학벌에 따른 노동시장의 격차 문제 등 학벌을 따지는 입시 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역에 좋은 대학을 만들어 재정 지원을 하는 등 대학 서열화를 해결하고 블라인드 채용 등을 통해 학벌이 우선되지 않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