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얼마 전 부산의 한 스쿨존에서 사고로 10살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생때같은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면서 아이의 이름과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당시 아빠는 미리 사두었던 딸 아이의 생일 선물을 전할 수 없게 됐다며 눈물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오늘(19일)은 지난달 부산의 한 스쿨존에서 화물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황예서 양의 10번째 생일이다. 아빠는 예서의 생일을 맞아 그리운 마음을 담은 생일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 따르면, 둘째 딸 예서 양은 엄마 아빠에게 살가웠던,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엄마, 아빠, 언니에게 사랑 표현도 많이 하고, 엄마에게 행복하라고 비즈팔찌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손톱 주변 살이 일어나더라도 절대 안 뜯고 기다렸다가 아빠에게 저녁마다 정리해달라고 하고, 엄마에게 붙어있고 싶어서 자주 귀지 청소해달라고 애교도 부리는 딸이었다.
아이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또 아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곳에서 엄마, 아빠는 그리움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아빠는 "오늘 5월 19일은 우리 예서의 10번째 생일입니다. 6월 1일 한블리 방송에 예서가 나옵니다"라고 알리며 아이의 사랑스러운 사진과 함께 직접 써내려간 편지를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겠지만 힘내시라", "예서야 생일 축하해. 하늘나라에서 부디 행복하길", "하루아침에 정말 너무 허망할거 같네요. 같은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이갑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가 꼭 필요할거 같네요" 등 위로의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아빠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글 전문이다.
예서야.. 세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강아지만 없네..
아빠는 우리 예서가 너무 보고 싶어.. 너무 그리워서 힘들다.
아빠에게 다시 와주면 안되겠니..
내가 말할때마다 응!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너무 생생하다...
너의 대답이 듣고 싶은데, 이제는 들을 수가 없다고...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예서야.. 니가 메던 책가방과 태권도 보조가방을 쓰레기봉투에 넣으면서
니엄마가 너무 많이 울고 힘들어했다..
우리 예서 있었다면 엄마 꼭 안아주고 작고 따뜻한 손으로
엄마 등을 만져주었을텐데...
엄마의 행복인 니가 없으니, 세상 어떤 단어로도 위로해줄 수가 없네.
예서야.. 서랍에 있던 많은 머리띠와 머리핀을 버리면서
아빠,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니 머리카락 색깔과 굵기, 이마에 붙은 잔머리조차 전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우리 예서 예쁘게 해줬던 머리핀들이 주인을 잃었구나.
하아... 우리 예서.. 너의 밝은 웃음 소리가 듣고 싶다.
예서야..
니 폰에 입력된 가족들 이름을 보며 또 눈물이 나는구나.
사랑하고 멋진 아빠
사랑하고 예쁜 엄마
우리 언니
사랑이 가득한 우리 예서.. 감정표현이 서툰 나에게 나올 수 없는
돌연변이 강아지..
예서야..
아빠,엄마 연애때 사진을 보며..
이때는 니가 세상에 없었는데,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텐데,, 이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을텐데...
그런데 예서야... 널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너무 감사했다..
우리 강아지처럼 착하고 착한 아이를 본 적 없다..
아빠에겐 넌 과분한 아이였다..
예서야..
작은 방에 니 키를 벽지에 언니 옆에 나란히..
몇개월에 한번씩 연필로 예서의 키에 맞춰 그렸는데...
아빠는 너무 행복했었는데.. "아빠, 나 키 많이 컸어?", "그럼~ 우리 예서 키 쑥쑥 크지."
키가 쑥쑥 크진 않았지만, 강아지처럼 발랄한 니 모습에
앞으로 잘 크겠구나 싶었는데,.. 크는 모습을 이제 영원히 볼 수 없구나..
예서야..
니 엄마 인스타를 보니까 우리 예서가 엄마한테 비즈팔찌를 선물했더라.
엄마의 마음을 항상 살피고 반응하는 너였는데,
"엄마 행복하라고 만들었어. 이거 끼면 행복해질거야."
그래... 우리 강아지라면 충분히 이런 말을 하고도 남지..
이제 우리 예서없으니, 누가 엄마아빠 마음을 헤아려주니..
예서야..
손톱깎기를 보는데.. 니가 생각이 나더라..
우리 예서..아빠 말을 너무 잘 들어서, 손톱 주변 살이 일어나더라도
절대 안 뜯고 아빠에게 저녁에 정리해달라고 했지..
니 작은 엉덩이를 아빠에게 들이밀고, 너를 안고 일어난 손톱 주변 살을
정리해줄때 아빠는 너무 행복했었다..
우리 예서.. 귀지 정리할 것도 딱히 없는데,
엄마에게 붙어있고 싶어서 자주 귀지 청소해달라고 엄마에게 얘기했지..
엄마 허벅지에 니 작은 머리를 붙이고,,
아빠는 그 모습도 보면서 참 행복했는데...
예서야.
영도여고 언니들이 너를 위해 묵념하고, 모금을 했다고 한다.
예서에게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영도여고에 갔을텐데. 그치?
엄마도 영도여고 졸업했고, 언니도 영도여고, 너도 영도여고를 졸업할수 있었을텐데..
예서야.....
예서야..
엄마가 그러더라.
차라리 니 대신 본인이 깔려 죽었다면 너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예서 너도 엄마밖에 모르는 엄마 분신인데..
엄마 없이 네가 살 수 있었을까...
예서야..
며칠전에 수건 개는데, 엄마가 흐느껴 계속 울더라..
아빠도 어제 수건을 개는데 눈물이 한참 흐르더라..
작은 손으로 수건을 꼼꼼히 척척 개던 니가 얼마나 생각이 나던지...
그 많은 수건들을 불평하나 없이 웃으며 엄마랑 말하면서
즐겁게 하던게 생각이 나니까, 우리 예서가 너무 보고 싶더라..
목소리가 듣고 싶더라..
사랑하는 예서야..
정말 미안하다...
니가 죽어갈 때 얼마나 무서웠을지., 엄마아빠가 보고 싶었겠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우리 강아지.. 예서 생일이 오늘이구나..
매년 5월 19일 저녁 케이크 촛불을 불때 우리 예서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엄마는 너무 행복했는데..
작은 것에 기뻐하는 우리 예서의 모습은... 정말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노란색이 잘 어울리고, 초콜릿이랑 딸기 좋아하는 우리 강아지..
모레 노란꽃, 초콜릿케이크, 딸기마카롱, 그리고 주지 못했던
우리 예서 생일 선물 들고 너에게 갈께.. 기다려줘.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