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07년 기아 '쏘렌토'와 처음 만났던 운전자가 16년 만에 폐차를 앞두고 마지막 드라이브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잘 가, 내 추억의 쏘렌토"라는 제목으로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가 쏘렌토와 처음 조우했던 건 지난 2007년, A씨가 막 유치원을 졸업했던 때 아버지는 전에 끌던 검은색 현대 '마르샤'를 뒤로하고 2005년식 쏘렌토 2WD 2.5 디젤 자동변속기 7인승 차량을 샀다.
A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세단의 날렵한 모습을 좋아했던 저의 쏘렌토에 대한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자동차였던 쏘렌토와 자연스럽게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던 기억도 회상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여행을 가던 때 발로 기어봉을 차버리는 바람에 변속기가 고장 나 아버지한테 대판 깨진 적도 있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엄마는 이 쏘렌토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A씨를 학교에 데려다줬다. A씨 가족에게는 발과 같은 존재이자, 수많은 추억의 한 축을 담당했던 쏘렌토였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그랜저HG'를 새로 사서 끌었고, 엄마는 중고로 '싼타페'를 샀다. 애물단지가 된 쏘렌토는 A씨의 소유가 됐다.
A씨는 쏘렌토를 타기 시작하면서 대중교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친구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심심할 때면 차를 타고 포항, 대구, 부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서 장사는 없었다. 노후 디젤엔진이라 매연이 심해졌고, 소음도 과거에 비해 많이 컸다. 노후 경유차 단속으로 인해 주행에 제약도 생겼다.
결국 A씨는 지난해 한참을 고민하다가 차를 바꾸기로 했다. A씨는 오래된 쏘렌토 대신 주행거리가 8000km밖에 안 됐던 중고 쉐보레 '스파크'를 샀고, 쏘렌토는 지하 주차장의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 3월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공고가 올라와 A씨는 쏘렌토의 폐차를 결정했다.
이제 진짜 이별이란 생각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는 옛 추억이 떠올라 부랴부랴 쏘렌토의 시동을 걸고 오랜만에 세차도 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그리고 지난 17일 폐차장으로 행했다.
A씨는 "어제 마지막 세차를 해주고 밤이 깊어질 때까지 드라이브를 했다"며 "그렇게 오늘 폐차장에 차량을 맡기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리실에 제출할 주차스티커를 두고 와서 다시 폐차장에 갔을 때 수많은 폐차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쏘렌토를 보니 감정이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쏘렌토를 향해 "내 어린 시절의 추억, 가장 소중했던 첫 차. 가장 슬플 때, 가장 기쁠 때 곁에 있어 줬던 가족의 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기억할게"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다", "십수 년을 함께 했다면 추억 그 자체다", "쏘렌토야 그동안 수고했어"라며 A씨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