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1일(토)

'대구 학폭 사건' 중학생 아들이 유서에 3번이나 쓴 부탁...엄마는 오열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대구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겪었던 충격적인 폭력들이 담긴 유서가 공개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2011년 학교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권승민 군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승민 군은 당시 중학교 2학년으로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막내아들이었다. 


2011년 12월 30일 승민 군의 엄마는 아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이에 집으로 향하다가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민 군의 엄마는 "출근 중 경찰에서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앞으로 오더라. 이미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사망 확인을 확인했다고 하더라. 애를 안았는데 따뜻했다. 막 바닥에 주저앉아서 '아니야!'라고 소리 지르면서 울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체검안소로 간 승민 군의 엄마는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든 아들의 맨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팔, 다리, 배, 엉덩이 등에 멍이 들어있었고, 멍의 색으로 보아 오랫동안 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였다. 


조사 중 승민 군이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승민 군은 유서에 그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빼곡히 적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가해자의 이름은 재우와 윤호(가명) 군이었다. 9개월 전 새 학기부터 시작된 그들의 괴롭힘의 이유는 단지 게임이었다. 


재우는 게임 속 레벨이 높았던 승민 군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달라고 부탁한 뒤, 해킹으로 캐릭터와 아이템이 모두 사라지자 괴롭히기 시작했다. 


재우는 "XX 우리 형 뭐 하는 줄 알아? 조폭이야"라고 협박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갑을관계'가 됐다. 대신 게임을 해준 날이 160일에 이르렀다. 


주말도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게임을 대신해야 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민 군은 같은 신세였던 윤호와 마음을 나눴으나 윤호가 재우 편으로 돌아서면서 또 다른 가해자가 됐다. 두 가해자는 24시간 동안 승민 군을 감시했고, 돈을 뺐기도 했다. 


권투 글러브, 단소, 목검 등을 사용해 시도 때도 없이 승민 군을 구타했다. 이 모든 일이 승민 군의 집에서 일어났기에 반 친구들과 선생님은 승민 군의 학교 폭력 피해 상황을 알지 못했다. 


승민 군은 가해자가 집을 떠난 뒤 남은 괴롭힘의 흔적들을 스스로 치워야 했다. 


마지막 남은 두 달 동안 승민 군은 30번이나 구타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만 골라서 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민 군은 유서에서 "재우하고 윤호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괴롭혔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를 피우게 하고, 물로 고문하고, 그 녀석들이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에 오시기 전에 나갔다'고 밝혔다. 


12월 19일에는 라디오를 들고 무릎을 꿇게 한 채 벌을 세웠다. 손을 묶어 피아노 의자에 눕혀놓은 다음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흉기로 몸에 자국을 내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라디오 선을 뽑아 승민 군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고 한 것은 물론 승민 군의 가족을 욕하기도 했다. 


이 모든 내용이 승민 군의 유서에 적혀 있었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민 군은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비통했다.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탁을 적었다. 


승민 군은 "내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여기 없었을 거다. 장난치고 철 안 든 척했지만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 모른다. 매일 남몰래 울고 매일 맞던 시간들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이어 "내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달라. 내 가족들이 슬프다면 난 너무 슬플 것"이라며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지금 전한다. 엄마아빠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승민 군은 "마지막 부탁인데, 저희집 도어락 번호 키 바꿔달라. 가해자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을 때도 문 열고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당부를 남겼다. 


승민 군은 이러한 부탁을 유서 곳곳에 3번이나 적었다. 


승민 군의 어머니는 "가족들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됐는데 아무것도 못 도와줬다는 죄책감, 남편은 남편대로 멀리 있어서 아이를 못 봤다는 죄책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의 죄책감은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내가 내 아이를 못 지켰으니까"라며 "중학교 교사인 자기 아들 저러는 것 몰랐나"라고 자책하며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