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전직 강력계 형사 김복준이 가장 안타까웠던 사건을 떠올렸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는 김복준 전 형사가 출연해 충격적인 실화를 털어놨다.
이날 김복준은 "죽음과 가까운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시신만 500구 이상을 봤다"며 "강력 사건 3000건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 가족 간에 일어난 사건이라 마음이 참 아프다"고 운을 뗐다.
김복준이 회상한 사건 현장은 시장통 옆에 딸린 허름한 집이었다.
그는 "사람이 죽었는데 인근 주민들이 냄새를 못 견뎌서 신고했다. 그 과정에서 50대 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는 김복준은 "허름한 집인데 방바닥이 뜨끈뜨끈했다. 현장에 시신이 누워있는데, 부패는 말기까지 진행됐더라. 부패 가스가 차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더구나 시체 상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불을 걷어서 시신을 보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시신에 가지, 호박, 오이, 상추, 배추 등 다양한 채소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부패한 시신 위에는 얇은 솜까지 깔려있었다.
기괴한 시신 상태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때 김복준은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다. 누가 와서 내 뺨을 때렸다"며 "그 분은 사망자의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사망자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당시 김복준은 "'아들을 치료하려고 솜도 붙이고 채소도 붙였는데 네가 뭔데 와서 이불을 걷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떠올렸다.
김복준은 사후 처리를 위해 서울 부촌에 살고 있는 사망자의 친형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친형은 "나는 그 집에 발 끊은 지 오래됐다. 그러니 국가 시스템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김복준의 설득 끝에 친형은 사망한 동생 집 대문까지 왔지만, 지독한 악취로 인해 구토를 몇 번 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에 김복준은 "사건이 종결되고 나서 '내 피붙이의 마지막 가는 길도 안 볼 수 있는 사회에 내가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