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은 '월클' 선수들 중에도 단연 희생적인 선수로 꼽힌다.
웬만해서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감독의 전술에, 팀 상황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선수다.
전 시즌 득점왕이었던 선수를 미드필더로 써버리는, 수많은 축구팬들이 이해하지 못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에도 반기를 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손흥민의 희생정신은 단연 탑을 달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손흥민이 최근 그간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발언 수위로 살펴봤을 때, 2010년 프로에 정식 데뷔한 이래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 호브 앨비언 전에서 손흥민은 시즌 7호골이자 EPL 통산 100호골을 기록했다.
EPL 역대 34번째인 이 기록은 세간의 예상보다 다소 '늦은' 시기에 이뤄졌다. 그가 전 시즌처럼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지 못하고 미드필더처럼 플레이하면서 슈팅도 줄고 득점도 줄어든 탓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내가 이 위치에 있다면 나는 골을 넣는데 정말 자신이 있다"라며 "지난 시즌을 보면 내가 이 위치에서 얼마나 많은 골을 넣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치(this postion)'는 공격수를 말한다. 센터 쪽에서가 아닌 공격 진영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
손흥민은 "만약 나에게 이런 기회가 더 온다면 나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원하지 않는 위치에서 뛰다 보니 이번 시즌 골을 많이 넣지 못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가 "팀은 더 크로스를 많이 하기를 원했다", "윙백에게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준 뒤 나는 박스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비춰보면 상당 부분 팀의 요구에 따른 움직임을 보여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손흥민은 선수 시절 동안 한 번도 뛴 적 없는 위치에서, 해보지 않았던 플레이를 요구받았다. 콘테 전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게 중앙 집약적 플레이를 요구했고, 윙백이 더 전진하고 크로스를 할 수 있도록 보조하도록 지시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좀처럼 슈팅을 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득점도 크게 줄었다. 자신감도 떨어지다 보니 플레이에서 더 기복이 심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이 사임한 뒤 두 경기 만에 전 시즌처럼 플레이할 수 있었고, 빠른 시간 안에 100호골이 나왔다.
축구 팬들은 손흥민의 과거 인터뷰 사례를 찾아봤을 때 전례 없는 수위라고 입을 모았다. 전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팬들은 "사이다다", "브라이튼전에서처럼 뛰고 올 시즌 10골 넘고 시즌 끝내자"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