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는 등 과격 시위로 논란을 불러온 환경단체가 이번엔 로마 분수에 먹물을 투척했다.
1일(현지 시간) '마지막 세대'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Ultima Generazione)'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아래 있는 '바르카치아 분수대'에 검은 액체를 뿌렸다.
이 분수는 1629년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완성한 배 모양의 분수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은 장소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아래 관광 명소다.
그런데 이 단체는 분수대 안에 들어가 주머니에 든 검은 액체를 물에 풀었다.
단체는 이 액체가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검게 물든 분수대 위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공공 건축물 훼손 등 혐의로 연행됐다.
CNN 등에 따르면 같은날 오후까지도 단체가 뿌린 먹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서 대리석 소재의 분수대가 까맣게 변하는 등 착색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검게 물든 분수를 둘러보는 사진과 함께 "로마는 기후변화 대응과 예술적 문화예술 보호에 앞장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면서 "바카라치아에 검은 액체를 붓는 것은 환경에 도움을 주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은 분수대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oma - Tinta di nero l'acqua della fontana della Barcaccia
— Ultima Generazione (@UltimaGenerazi1) April 1, 2023
E' assurdo che questo gesto vi scandalizzi, quando stiamo vivendo un'emergenza siccità che mette in crisi l'agricoltura, la produzione di energia... insomma la nostra stessa sussistenza, e ci sono dei responsabili. pic.twitter.com/AROZ0oU8CX
최근 유럽 곳곳에서는 울티마 제네라지오네와 같은 극단적 방식의 시위를 벌이는 환경단체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은 런던 국립 미술관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는가 하면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은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기도 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