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1일(토)

집 나가더니 모르는 아저씨와 아이 낳고 결혼한다는 엄마, 딸은 "행복하세요"라며 오열했다

인사이트SBS '천일의 약속'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기쁜 날이 되겠네요"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에게 결혼한다는 연락이 왔다. 어엿한 성인이 된 '엄마 껌딱지' 딸은 15년 만에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릴 적 저를 떠나간 엄마가 오늘 결혼하셨어요"라는 제목으로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가정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딸을 당구장에 데려간 아버지는 딸 앞에서 다방 여종업원을 끌어안고 귓속말을 주고받던 사람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라이브'


집에서는 엄마를 폭행하기도 했는데, 폭행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어린 자식들을 두고 집에서 도망쳤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A씨와 남동생은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냈다. 아빠는 눈물 흘리는 딸을 보면 윽박질렀고, 할머니는 '엄마를 만날 수 없게 멀리 갖다 버린다'며 눈물을 그치라고 했다. 


A씨가 할 수 있는 건 남동생의 손을 움켜잡고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는 것뿐이었다. 


A씨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는 가끔 찾아와 햄버거를 사주고 갔다. 그러다 할머니에게 들켰다. 뺨을 수차례 맞은 A씨는 '더 이상 엄마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리고 3년이 지났을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엄마는 '다음 주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약속했다. 


아빠에게는 '친구 생일파티 간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기다림은 A씨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엄마를 만나기로 한 날, 할머니는 밖에 비가 온다며 A씨를 밖으로 못 나가게 했다. A씨는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할머니가 잠든 틈을 타 빗속을 달렸다.


달리던 중 넘어져 쓰고 갔던 우산을 그냥 접었다. 비를 맞고 도착한 약속 장소에 엄마는 없었다. A씨는 그 순간 '엄마가 비를 맞았으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소원'


아빠의 일 때문에 멀리 이사를 하게 된 A씨는 그날 이후 엄마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어른이 됐다. 


몇 달 전,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번호를 저장하고 카톡 프로필을 보니 프로필 사진에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같은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엔 귀에 익은 목소리가 A씨의 이름을 불렀다. 


평생을 그리워했던 사람의 목소리. 회사에서 전화를 받은 A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MBC '20세기소년소녀'


집에 가서 두 사람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비가 오던 그날, 엄마는 약속 장소에서 딸을 2시간 기다리다 집에 갔다고 했다. 


그렇게 두 자식과 엄마가 다시 만났다. 평소 눈물이 없던 남동생은 엄마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엄마의 프로필 사진 속 아이는 딸이었다. 엄마는 곧 아이의 아빠이자 새로운 남편이 될 사람을 A씨에게 소개시켜줬다. 


두 사람을 결혼한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엄마는 '너희를 두고 가놓고 아이 낳고 살았으니 얼마나 원망스럽겠니'라며 '엄마를 미워해도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엄마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엄마의 웃는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며 "늘 과거에 발목 잡혀서 어린 시절에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 꼭 행복하세요. 그리고 봄을 닮은 아이야. 이제 네가 엄마의 기쁨이 되어주렴. 동생아, 앞으로 안 울고 누나답게 그렇게 살게. 나 힘내자"라며 글을 마쳤다. 


해당 사연은 많은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누리꾼들은 "이제라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앞으로 꽃길만 걸을 거예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