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아모레 퍼시픽의 한방 콘셉트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묵직한 유리병에 적힌 한자 '雪化秀(설화수)'가 사라졌다.
외관 테두리와 용기 전체를 감싸며 설화수의 대표 색상으로 인식돼 온 골드 빛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대신 영문으로 적힌 'Sulwhasoo(설화수)'와 시그니처 색상이 된 진황 주황색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설화수는 설화수는 그간 중년층 이상이 사용하는 한방 화장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타깃이 중·장년층인 만큼 가격대도 평균 10만~20만원대이고 일부 제품은 80만원에 판매하는 것도 있다.
설화수의 변화가 시작 된 건 지난 해 8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면서다.
최근 공개된 '윤조에센스 6세대'가 대표적인 리뉴얼 제품에서 그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월 아모레퍼시픽은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윤조에센스의 외관 등을 리뉴얼해 재출시했는데 용기의 유리 중량을 줄이고 외관에 적힌 한자를 제거했다. 5세대까지 유지해 온 용기 뚜껑의 금색 테두리도 없앴다.
5세대 리뉴얼 당시 사라졌던 한글에 이어 한자까지 없애고 주황색 영문 'Sulwhasoo'가 메인을 차지했다.
이번 6세대처럼 한자 로고를 없애고 '한국색'을 숨긴 것은 처음이다. 대신 미니멀한 영어 레터링으로 글로벌 이미지를 강조했다.
리뉴얼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좋았는데 로드숍 화장품 같다", "젊은 사람들한테 통하려면 디자인을 바꿀 게 아니라 가격을 내려야지", "한국색이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쉽다"등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리뉴얼에 대해 타깃 소비층을 넓히고 브랜드를 글로벌화 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을 중심으로 설화수를 적극적으로 알려 왔다.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현지 화장품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자국 화장품의 입지가 확대되고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면서 'K-뷰티'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을 북미 중심으로 바꾸고 '글로벌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월 13일 브랜드 모델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틸다 스윈튼을 발탁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같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