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물고기 한 마리가 해삼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잠시 후 해삼이 작은 구멍을 개방해주자 물고기는 그곳을 통해 쏙 들어가 몸을 숨긴다.
해삼이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구멍은 사실 '항문'이며, 물고기는 해삼과 특별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숨이고기'라고 한다.
숨이고기는 대서양·인도양·태평양의 수심 2000m에서 서식한다.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길쭉하며 뾰족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遂にその時が… pic.twitter.com/UQxWzjP48I
— Keeper (@Keeper90538583) March 14, 2023
이런 특징을 이용해 숨이고기는 해삼 안에 숨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해삼은 몸 안에 '사포닌'이라는 독소를 품고 있지만 숨이고기 피부의 점액질이 방어벽 역할을 한다. 숨이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사포닌에 견디는 능력이 6~10배 높다고 한다.
해삼은 극피동물로 아가미 대신 호흡수라는 기관으로 숨을 쉰다. 이 기관은 공교롭게도 해삼의 항문에 달려있다.
해삼은 숨이고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항문을 열고 닫으며 깨끗한 물을 들이고 항문 속의 더러운 물을 빼낸다.
즉 숨이고기가 해삼에게 은신처와 보금자리를 제공 받고, 그 대가로 관장을 시켜주는 셈이다.
한 마리의 해삼 몸 안에서 숨이고기가 15마리까지 발견된 적도 있으며 숨이고기는 해삼의 몸 안에서 짝짓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삼과 숨이고기의 특별한 공생 관계는 지난 2018년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차례 화제가 됐으며 최근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