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야구선수' 김병현, 15년 만에 애리조나 구장을 방문해 오열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 김병헌이 선수 시절 저택을 두고도 야구실 세탁실에서 잤던 일화를 털어놨다.
지난 19일 김병헌은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메이저리그 비하인드를 공개해 출연진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병헌은 이찬원과 함께 자신이 몸담았던 애리조나 홈구장을 찾았다.
김병현은 변함없는 그라운드와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치 시간 여행 온 것 같다"며 추억에 빠졌다.
입단 초기 말이 서툴렀던 김병현은 불펜에 영어 단어책을 들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랜디 존슨 등 팀의 선배 선수들보다 또래 스태프들과 더 친해지면서 집이 아닌 '야구장 클럽하우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김병현이 소속돼 있을 때 있던 클럽하우스 직원들은 현재까지 구단에서 일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김병현이 경기가 있는 날도 새벽까지 연습을 하고, 자기에게 공을 받아달라고 하는 등 매우 성실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김병현이 잠을 청하던 세탁실에 간 이찬원이 "여기서 잤다고?"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김병현은 "야구장이랑 좀 떨어진 곳에 수영장도 있는 좋은 집을 얻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 불 켜기가 싫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들어가면 아무도 없고 특별한 것도 없고 혼자 있는 게 싫었다. 야구장은 재미있고 야구할 수 있는 곳이고 먹을 것도 있고 친구들도 있어 더 편했다"라고 세탁실에서 잔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낯선 땅에서 외로웠던 자신을 버티게 해준 클럽하우스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면서 "세탁실 구석에서 빨래를 이불 삼아 잤다. 부모님은 아직도 모른다. 알면 운다"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체이스필드 구석구석을 돌아보던 김병현은 감회가 남다른 듯 "전성기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버린 시간이다. 돌아보니 그 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감정이 북받친 듯 카메라를 등지고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이찬원과 영상으로 보던 출연진들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함께 숙연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병헌은 "희로애락이 담긴 곳이 애리조나 야구장이었다"며 "여전히 야구하는 꿈을 꿀 정도로 미련이 남아있다. 그래서 야구장에 햄버거 가게를 연 것 같다. 야구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