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놔두면 건물값 오를 텐데"...그림 그린 뱅크시도 안타까워한 커튼 여는 소년 벽화 허문 집주인

인사이트철거된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뱅크시의 최근 작품/ Instagram 'banksy'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의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그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뱅크시의 최근 작품 중 하나인 '아침을 깨우다'가 그려지 건물이 철거됐다.


이 작품은 영국의 한 버려진 농가 외벽에 남겨졌는데, 땅 주인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농가를 철거한 것이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뱅크시의 최근 작품이 있던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의 해변마을 헤르네 베이의 농가가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인사이트Instagram 'banksy'


철거된 건물에 그려졌던 작품은 가운데 부분이 구겨진 골판지 모양 철판 사이에 그려졌다. 어린 소년이 아침을 맞이하며 커튼을 열어젖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년의 옆으로는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도 그려졌다.


뱅크시는 '얼굴 없는 화가'로 비밀리에 작업하는 대신, 자신의 공식 계정에 작품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활동을 인증해오고 있다.


인사이트Instagram 'banksy'


그는 이날도 자신의 벽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다만 이번에는 벽화가 있었던 농가가 철거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사진에는 굴착기와 바닥에 쏟아진 벽돌, 이를 지켜보는 작업자의 모습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 지역의 주택 철거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업체 측은 배정받은 대로 철거 작업을 진행했으며, 철거 당시 이 벽화가 뱅크시의 작품인줄은 몰랐다고 매체에 밝혔다.


인사이트Instagram 'banksy'


철거에 투입됐던 작업자 조지 코드웰은 "뱅크시인줄은 전혀 몰랐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너무 놀라) 구역질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부터 철거를 시작했는데, 땅 주인은 그걸 지켜보면서도 (뱅크시 작품인줄) 모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인사이트뱅크시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 / Instagram 'banksy'


뱅크시 작품의 가격은 제각각이지만 보통 수십억원 대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는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파운드(한화 약 16억6500만원)에 낙찰됐다. 


뱅크시는 당시 낙찰 직후 액자 내부에 설치된 파쇄기를 이용해 그림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이후 이 작품의 가격은 약 3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인사이트뱅크시 작품 그려진 후 집값 급상승한 영국 서부 브리스톨의 한 주택 / GettyimagesKorea


또 2020년 12월에는 뱅크시가 영국 서부 브리스톨의 한 주택에 벽화를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집값이 4억원에서 72억원으로 상승한 일도 있었다. 


헤르네 베이 농가도 만약 철거되지 않았다면 수십억원의 가치까지 오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 "벽을 부수지 말고 전시관으로 옮겼으면 좋았을텐데",  "작품이 영영 사라지다니, 너무 슬프다" 등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철거까지도 뱅크시 계획의 일부일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