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쉬는 날을 맞아 모처럼 외출했던 여성에게 한 남성이 관심을 보이며 번호를 물어봤다.
여성은 자신의 번호를 건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의 번호를 준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 여성은 메신저에서 남성을 차단했다.
남성은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장문의 메시지로 저주와 함께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번호 따인 여성이 남성에게 받은 저주 문자 게시물이 올라왔다.
남성 A씨는 여성에게 "그렇게 남성 얼굴이 중요하냐"며 운을 뗐다.
또 "얼굴로 급을 매겨 누구 톡은 읽씹(읽고 무시), 안읽씹(메시지 안 읽고 무시)하고 잘생긴 사람한테만 칼답을 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얼굴을 보고 급 매겨서 만날 거면 클럽이나 헌팅술집에나 가라"며 수위를 높였다.
이어 A씨는 "번호를 따는 단톡방이 있어 2시간 동안 번호 12개를 땄는데 이럴 거면 번호를 주지 마라"면서 "골이 비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A씨는 "그쪽 부모가 어떨지 수준이 보인다"며 부모를 욕보였다. 아울러 "잘생긴 남자들은 님을 반찬 정도로 만나지 절대 메인 급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A씨의 폭주는 계속됐다. 그는 "2023년 대참사 사고 명단에 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주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왜 그날 이태원에 안 계셨는지 아쉽다"고 비난하며 말미에는 "차단 박을 거고 X 같은 2023년 보내길 빌겠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다수의 누리꾼들은 남성을 꾸짖었다.
이들은 "자기도 여자들에게 작업 걸어보려 번호 땄으면서", "연락 씹히니까 꼭지 돌았네", "저 정도면 고소감 아님?", "미쳤다", "어떻게 자라면 사람이 저렇게 되는 거지", "이러니 다들 자만추(자연스런 만남 추구)로 연애하려고 하지"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이성과의 만남을 어색해하는 청춘남녀들에게 연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짝을 찾지 못하는 여러 이유를 언급하며 솔로인 자신을 한탄하곤 한다.
이들은 소위 '헌팅 전문가'를 자처하는 픽업아티스트들의 비법 등을 참고해 이성들에게 '번따(번호 따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번따'가 범죄로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2021년 3월 서울중앙지법은 강남구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16세 미성년 여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친하게 지내자, 예쁘다'고 말한 36세 남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월에도 귀가하던 여성의 뒤를 밟아 집 공동현관에서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만진 20대 남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이 같은 행위가 범죄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지난 2021년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에 재정됐다. 법률에 따르면 이성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일상적인 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은 모두 범죄로 규정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를 경우 경범죄로 규정돼 10여만 원의 벌금에 처해졌던 과거와는 달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도 대폭 상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