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보이스피싱보다 더 무서운 AI 피싱 사기 나왔다...손주인 줄 알고 돈 보내려던 할머니가 깜짝 놀란 이유

인사이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할머니, 제가 지금 유치장에 갇혔는데 보석금이 필요해요. 지갑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어요"

손주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받고 돈을 보내려다가 은행 직원의 기지로 피싱 사기를 피한 할머니의 사연이 화제를 모은다.


할머니는 수화기에서 나오는 음성이 손자 목소리와 섬뜩할 만큼 똑같아서 의심할 생각을 전혀 못 했다고 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을 넘어선 AI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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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AI로 음성을 복제하는 일명 '딥보이스'를 활용한 AI 피싱 사기를 당할 뻔한 노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캐나다 중서부 서스캐쳐원주의 주도인 레지나에 사는 루스 카드(73)는 얼마 전 손주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손자 브랜든은 "친구 대니얼과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 변호사인 대니얼의 아버지와 통화해 달라"라고 했다.


카드는 "수화기에서 나오는 음성이 손자 목소리와 섬뜩할 만큼 똑같아서 의심할 생각을 전혀 못했다"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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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는 '대니얼의 아버지이자 변호사'라는 사람에게 바로 연락했다. 그는 카드에게 "나중에 보험금으로 9400캐나다달러(한화 약 900만 원)가 나올 테니 일단 현금으로 그 액수를 보내 달라"라고 했다. 


카드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남편과 함께 은행으로 달려갔다. 하루 인출 한도인 3000캐나다달러(한화 약 300만 원)을 인출한 뒤 곧바로 다른 은행에 찾아가 다급하게  "빨리 돈을 뽑아 달라"고 소리쳤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지점장은 노부부를 사무실로 불러 "어제도 어떤 부부가 와서 당신들과 똑같은 말을 했어요. 당신이 들은 그 목소리가 가짜일 수도 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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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손자가 그런 사고로 유치장에 갇힌 것도, 보험금 액수가 그렇게 빨리 정해진 것도, 굳이 현금을 가져오라는 것도, 생각해보니 모두 이상했다. 


부부는 손주 브랜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브랜든은 "저는 무사해요. 근데 다니엘이 누구예요?"라고 했다.


카드 부부가 당할 뻔한 피싱 범죄는 인공지능(AI)으로 음성을 복제하는 일명 '딥보이스'를 활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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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는 "음색과 억양 등 말투를 재현하는 기술이 정교해지고 기술을 이용하는 비용도 싸지면서 범죄 피해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UC버클리대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해니 패리드 교수는 "1년 전만 해도 음성을 복제하려면 많은 샘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유튜브나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가져온 30초짜리 음성만 있어도 복제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 음성 복제 기능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비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AI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법적 책임을 진 사례도 아직 없다"라고 전했다.


올해 초에는 배우 엠마 왓슨이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낭독한 듯한 오디오클립 등 유명인의 목소리를 활용한 불법 복제물이 온라인에 확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