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창간 3주년을 맞아 인문잡지 '한편' 편집자들이 동료들에게 캐물은 잡지 편집과 단행본 집필 경험에 대한 인터뷰집 '공부하는 일'이 출간됐다.
문화연구자 김선기, 과학기술학 연구자 강연실, 미학 연구자 남수빈, 정치학 연구자 조무원,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 6인의 인터뷰집이다.
공부와 삶을 적극 연결하는 여섯 사람은 '위기'를 진단하기보다 '재미'를 자주 묘사한다. 오늘날 학술 출판의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와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생산자 특유의 활력이 감돈다.
과학앨범, 백과사전 같은 유년기 추억의 전집, '당신들의 대한민국',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제국'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책들이 불려나온다. 읽는 즐거움은 쓰는 의무로 이어져 글쓰기의 태도와 요령이 공유된다. 전공도 성향도 서로 다르지만, 공유하는 체험은 한 가지다. '공부하는 일'은 함께할 때 활로가 열린다는 것.
기초 학문은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자들이나 하는 거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
서 돈을 벌고, 일을 해내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 '공부하는 일'은 바로 지금
하는 일을 물으면서 시작한다. 공부한 내용을 일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처
럼 학문과 노동을 연결시키는 까닭은 삶에서 공부가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를 직접 인터뷰한 이야기, 과학전시관에 '질문'을 심은 이야기, 미술 작품을 창작하면
서 미학 연구로 접어든 이야기, 한 편의 논문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확장한 이야기, 어른에게
가려진 어린이의 사정을 탐구한 이야기, 과학과 철학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간 이야기
까지.
여섯 인터뷰이의 진솔한 답변은 콘텐츠 시대 지식 생산의 최전선에서 온 생생한 소식이다. 본문에 언급되는 인명과 지명으로 독자는 한국 인문·과학의 지도의 일부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