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 학폭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보다 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이데일리는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 모 군이 학폭소송 판결문에 담긴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판결문에는 학교의 조사 내용, 피해 학생과 주변 친구들의 증언이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주변 증언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피해 학생 A군에게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군은 특히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으로 학폭위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정군은 2017년 1학기 체력 검사 이후부터 A군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 새끼", "빨갱이 새끼"라는 언어폭력을 반복했다.
아빠인 정 변호사에 대해선 "아빠 아는 사람 많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 받고 하는 직업이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적시돼 있었다.
친구들이 이러한 폭언에 대해 문제 제기도 했다.
그러나 정군은 "쟤는 그래도 된다", "나랑 잘 안 맞는다"라며 계속해서 폭언을 이어갔다. 이후 정군의 폭언에 동조한 다른 가해자도 나타났다.
A군은 정군의 괴롭힘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학폭 보고서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을 겪었다고 적혀 있다.
상위 30% 수준이었던 A군의 내신 성적 또한 학사 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고, 1학년 겨울 방학 이후에는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일시 귀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정군은 학폭위 조사에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군은 "A군이 그냥 웃고 넘겨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고, 정군의 부모 또한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군의 태도에 학폭위원은 "이 자리는 가해 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폭위는 정군의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강제 전학과 서면 사과,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조치를 요청했으나 정군의 모친은 불복해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까지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정 변호사는 미성년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정 변호사 연수원 동기가 소송대리인을 맡았지만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정 군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된 뒤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피해자 A군은 지금까지 학폭 후유증에 시달리며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현실이 드라마 '더 글로리'보다 더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법적인 수단 싹 동원해서 버티고 명문대 보냈다", "더 글로리보다 더한 현실", "더 글로리 시즌2 흥행 실패할 듯, 현실이 더 드라마", "학교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니"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군의 학교 폭력 논란에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는 사의를 표했다.
25일 정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