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배달하던 라이더가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는데도 음식만 챙기는 인면수심의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Mirror)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런던의 한 고급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23일 오후 10시 30분께 자전거를 타고 런던의 한 고급 아파트 건물로 배달을 가던 라이더 모하메드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앞에서 쓰러졌다.
목격자 제임스 파라(James Farrar)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은 모하메드의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긴급번호 999에 연락해 구급차를 불렀다.
이후 한 여성이 근처 바에서 그를 깨우기 위해 과일주스와 얼음을 가져왔다. 그다음 호일 담요를 꺼내 체온을 유지시켰다.
배달이 완료되지 않자 이를 배달업체는 또 다른 라이더를 보냈다.
다른 라이더는 배달을 기다리던 아파트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자 모하메드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건넸다.
쓰러진 모하메드의 상태를 보고서도 이들은 음식이 든 가방을 확인한 후 메뉴 몇 가지가 없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하메드에게 계속해서 불만을 퍼부었다.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도 고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누워있는 모하메드를 뛰어넘은 후 다시 아파트로 걸어들어갔다.
약 한 시간 후 구급차와 모하메드의 아내가 도착했고 모하메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모든 상황을 목격한 파라는 "힘들어하는 라이더를 보고도 음식이 빠진 것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당신들은 인간성이란 게 없나?'라고 화를 냈다. 그들은 라이더를 뛰어넘은 후 음식을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라면서 "이들이 사는 곳은 거의 100만 파운드(한화 약 15억 7,475만 원)에 팔리는 이스트 런던의 고급 아파트다. 이들의 모습은 암울한 런던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라이더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배달을 요구한 배달업체의 행동도 지적했다.
파라는 "라이더의 휴대폰에서 딜리버루(Deliveroo) 앱이 계속해서 배달을 완료하라고 경고했다. 그가 반응이 없는데도 아무도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딜리버루의 대변인은 데일리메일에 "라이더는 우리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으며 그들의 안전과 웰빙이 우리의 절대적인 우선순위다"라고 전했다.
— James Farrar (@jamesfarrar) February 24, 2023
This is horrendous!
It's midnight. London E1, Alie Street, and a @Deliveroo rider is down. 1/ pic.twitter.com/kp6L5cnqu9
현재 모하메드는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돕지 않았다면, 차가운 런던 도로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영국 누리꾼들은 모하메드를 도운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쓰러진 라이더를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 그를 뛰어넘기까지 한 고급 아파트 주민들의 행동을 맹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