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 변기까지 뜯어가며 '화장실 전쟁'을 하고 있는 이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러시아 군, 우크라이나 가정집 '변기'까지 뜯어가며 화장실 전쟁 중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의 가정용 변기까지 뜯어가며 '화장실 전쟁'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변기 등 화장실 용품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지난해 여름부터 변기 본체와 물탱크, 비데, 이와 유사한 위생용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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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이어 "이들의 화장실 용품은 지난해 7월 시행된 EU의 '대(對)러시아 수출 금지 물품 목록'에 포함됐으나, 언론에 보도된 것은 최근"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러시아에 변기를 비롯해 도기나 자기로 된 화장실 용품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 EU 외교관은 텔레그래프에 "수세식 변기는 다른 어떤 발명품보다 문명화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화장실용품 수출 제한으로) 러시아의 기술적 발전을 그들의 문명 수준에 맞춰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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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신문은 러시아인 5명 중 1명은 실내 배관이 없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등 변소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화장실 전쟁'이 이들에겐 특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국의 화장실 상태가 좋지 못하다 보니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군인들 사이에선 전쟁 중 우크라이나 가정집 변기를 약탈해 고향으로 보내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해진다.


러시아군의 '변기 약탈'은 악명이 높은 만큼 과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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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변기 떼어서 집에 가져가게 내버려 둬라"


지난해 4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죽기 전에 파리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제는 죽기 전에 변기를 훔치는 것으로 소원이 바뀌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러시아군이) 변기를 떼어서 집에 가게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아울러 텔레그래프 또한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 침공 때도 변기를 약탈해갔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다"고 전했다.


한 EU 외교관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마을에서 변기를 약탈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의 경제성장 수치가 부풀려졌지만 서방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실제 경제 상황은 악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을 앞두고 EU가 추가로 내놓을 '10차 대(對)러시아 제재'로 변기 수출 금지와 같은 조치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