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위키미디어, (우) 교보문고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78년 전 오늘인 1945년 2월 16일, 시인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살이라는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광복까지 불과 6개월을 앞둔 날이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한 해의 끝자락에 태어났다.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이후, 18살이 되던 1935년 학교를 위해 평양으로 건너왔다. 이때 윤동주는 문과로 진로를 정했다.
이후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에서 유학하던 윤동주는 1943년 7월, 고종사촌 송몽규 등과 함께 일본 경찰에게 체포된다.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게 윤동주의 죄목이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는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건강한 20대 청년에게 2년은 견딜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윤동주는 수감 1년 7개월 째던 1945년 2월 건강이 악화해 옥사했다.
당시 후쿠오카 형무소에 윤동주의 당숙이 면회를 왔다.
이때 윤동주의 고종사촌 송몽규는 "동주와 나는 계속 주사를 맞고 있어요. 그 주사가 어떠한 주사인지는 모릅니다"라는 말을 했고, 송몽규 또한 윤동주 사망 한 달 뒤인 1945년 3월 급사했다.
일각에서 윤동주가 생체실험을 당해서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윤동주는 15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초반에는 발랄한 내용의 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윤동주의 시에서는 자기 자신과 암울한 조국에 대한 고뇌가 등장하게 된다.
총 대신 연필을 손에 쥘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한 윤동주였기 때문이다.
윤동주가 생전 쓴 시 '자화상'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