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행복하다고 느낄수록 건강에 도움되고 오래 산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복감 자체가 수명을 늘려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불행감 자체보다는 질병·나쁜 생활습관 등 다른 요소들이 조기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베티 류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리처드 피토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9일(현지시간)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 여성 70여만 명을 대상으로 행복감, 스트레스, 건강상태, 생활습관 등을 설문조사하고 10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조사 시작 당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9세였다.
이들 가운데 10년 뒤 조기 사망(평균 연령보다 일찍 사망)한 사람은 3만 1천여 명으로 약 4%였다.
특히 이 기간에 '거의 늘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사람들이 '거의 늘 행복했다'고 답한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29% 높았다.
그런데 '거의 늘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 애초 연구시작 당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거의 늘 또는 대체로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 발견됐다.
또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흡연 과음 과식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갖고 있거나 사회경제적 환경이 더 열악한 비율이 높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다른 요인들을 모두 제거하고 행복감과 사망률 간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거의 늘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답한 사람들과 '거의 늘 행복했다'고 말한 사람들의 조기 사망률에 차이가 없었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선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의 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피토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행복감을 질병의 직접 원인으로 여기지만 이는 원인과 영향(결과)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행복하다고 느껴 질병에 덜 걸리는 것인지, 아니면 질병이 없고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아 행복하다고 느끼거나 오래 사는 것인지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프랑스 툴루즈 의대병원 노화연구소의 베레토 이브 롤랑 교수는 랜싯에 실린 편집자 주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행복감과 불행감 자체가 사망률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남성, 어린이 등을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남성에게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기존 연구들에선 남녀가 행복감을 다르게 정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의 행복감과 조기사망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큰 연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은 설명했다.
사실 행복감을 측정하는 완벽한 과학적 방식은 없다.
다만, 이 연구와 기존 연구들에서 유사하게 발견된 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박탈감이 적을수록, 신체 건강할수록, 비흡연자일수록, 동반자가 있을수록, 종교단체나 사회활동 참여자일수록, 적절한 시간 수면을 취할수록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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