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내가 죽으면 과연 장례식에는 누가 와줄까?"
인간관계에서 회의감이 드는 날이면 경조사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축하해줄 친구는 누구일지, 또 가장 먼저 달려와 위로해줄 친구는 누구일지 생각해보곤 한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로 자신의 장례식에 누가 올지 너무 궁금했던 남성이 '가짜 장례식'을 열어 친구들을 초대하는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오디티센트럴(Odditycentral)은 순수한 호기심을 빙자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빌런남'의 최후를 전했다.
브라질 출신 남성 발타자르 레모스(Baltazar Lemos)는 올해 60살이 되면서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특히 레모스는 각종 행사에서 진행자로 일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수백 건의 장례식을 치르며 수많은 장면들을 눈에 담아왔다.
한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2명 밖에 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문득 레모스는 '과연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에는 누가 와서 울어줄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자신의 장례식 현장을 미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레모스는 급기야 한 가지 황당한 이벤트를 계획했다.
바로 스스로 죽은 척 가짜 장례식을 열어 누가 참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레모스는 가족들에게조차 아무런 언질 없이 자신의 SNS에 "발타자르 레모스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곧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심지어 레모스는 이벤트를 철저히 숨기기 위해 게시물을 올리기 전날 상파울루의 한 병원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모두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SNS를 통해 비보를 접한 가족들은 깜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직원들은 입원자 명단에 레모스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힐 뿐이었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사이 레모스의 SNS에는 장례식 시간과 장소가 담긴 글이 다시 한 번 게재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19일 오후 7시 30분, 바티칸 예배당에서 열리는 레모스의 고별식이 열리니 가족과 친지, 지인, 친구 분들은 참석해 애도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이들이 댓글로 조의를 표하며 사망 원인을 물었지만 가짜 장례식을 계획한 레모스가 대답할 리 없었다.
마침내 장례식 당일, 레모스의 고향에 위치한 작은 예배당에는 그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했다.
생전 그와의 추억이 많았던 친구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슬픔 속에 장례식이 이어지고 있던 그때,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레모스가 조문객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레모스는 "제 장례식이 오시는 분들을 확인하고 싶어 죽은 척 가짜 장례식을 열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조문객들은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친 그의 잔인함에 크게 분노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조문객들은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죽음을 애도하러 온 사람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을 속일 게 따로 있지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결국 레모스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확인하기는 커녕 오히려 손절 당할 위기에 처했고,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며 "5개월 전 아이디어를 내 가짜 장례식을 계획했는데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무엇보다 장례식장에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80대 노모가 휠체어를 탄 채 오열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