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로도 나온 돈 드릴로의 장편소설 '화이트 노이즈'는 거대해진 테크놀로지와 더이상 이를 통제하지 못하게 된 인간문명의 어리석음을 날카로운 블랙유머로 통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미국의 한 평범한 백인 중산층 가족이 과학기술이 부른 재앙과 죽음에 휘말려가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에서 '화이트 노이즈'로 부각되는 상업광고와 TV,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문명에 대한 인간의 이성적인 대응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상징이다.
작가는 미국문명의 본질적인 문제가 사회, 정치적 문제들을 루머와 가십, 상품광고 같은 유쾌한 기호들에 파묻어버리는 후기산업사회적 면모에 있음을 날카롭게 간파한다.
또한 현대 미국문명으로 대변되는 물질문명의 특성을 '테크놀로지에 대한 맹신'으로 그려내며 인간들의 대안 없는 질주를 비판한다.
미디어의 '스펙터클'과 기업의 돈벌이로 전락해버린 진부화된 재난과 현대적 죽음의 의미를 묘파한다. 출간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 우리 삶의 뿌리를 위협하는 지금 시점에 오히려 더 긴급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17년 만에 출간하는 이번 전면개정판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낡은 표현들을 손보고 번역을 더욱 세밀하고 엄정하게 다듬었다. 이를테면 기존 판에서 주인공 부부 가운데 아내인 버벳은 남편인 잭에게 존대를, 잭은 버벳에게 반말을 하던 것을 서로 반말을 하는 것으로 바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