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유전학적 표지란 유전자 자체, 즉 DNA 염기서열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DNA 메틸화(methylation) 같은 DNA 구조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달라진다.
이러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생활환경 노출과 흡연 등 생활습관에 의해 촉발될 수 있으며 다음 세대까지 유전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비만 남성 10명과 체중이 정상인 남성 13명에게서 채취한 정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 자리에서 상이한 DNA 메틸화 패턴이 발견됐다고 바레스 박사는 밝혔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 패턴에 변화를 가져와 어떤 유전자는 스위치가 켜지고 어떤 유전자는 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결과는 부모의 생활습관과 행동이 자녀에게 생물학적으로 각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레스 박사는 설명했다.
이를테면 뚱뚱한 남성은 그 자녀도 뚱뚱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DNA 메틸화의 차이가 순전히 비만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레스 박사는 체중감량 목적으로 위바이패스수술을 받는 초고도 비만 남성 6명으로부터 수술 전과 수술 1주일, 1년 후에 정자를 채취,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봤다.
결과는 수술 1주일 후 1천509개 유전자에서 후생유전학적 표지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1년 후에는 3천910개 유전자의 후생유전학적 표지가 바뀌었다.
바레스 박사는 앞으로 불임치료 클리닉에서 체중이 다른 남성들의 정자로 만들어진 체외수정 배아 중 사용되지 않은 배아를 이용, 후생유전학적 차이를 분석할 계획이다.
미국 비만학회 대변인인 텍사스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앤서니 코뮤지 박사는 그러나 정자의 이러한 후생유전학적 패턴이 얼마나 자식에게 전달되는지, 다시 말해 이 패턴이 수정란에서 '재세팅'(reset)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논평했다.
정자는 수정될 때 후생유전학 정보가 대부분 지워지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고 그는 밝혔다.
어찌됐든 이 연구결과는 아이를 가지려 할 때는 아내만이 아니라 남편도 생활습관과 건강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경고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셀 대사'(Cell Metabolism) 온라인판(12월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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