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4일(금)

이 남자 때문에 본다…지진희의 '애인'·소지섭의 '비너스'

 

동짓달 기나긴 밤을 위무하는 두 남자가 요즘 화제다.


SBS TV 주말극 '애인 있어요'의 지진희(44)와 KBS 2TV 월화극 '오 마이 비너스'의 소지섭(38)이 그 주인공이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두 드라마의 전국 시청률은 10%에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두 남자 때문에 TV와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아우성들이 온라인에서 넘쳐나면서 체감 인기는 훨씬 대단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에 부응하는 둘의 매력을 분석했다.

◇ '종사관 나으리' 지우고 연기 인생 2막 열어

'애인 있어요' 최진언(지진희 분)은 냉혹하게 변한 아내에게 환멸을 느끼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는 절망감에 자살을 시도한 아내에게 "너가 죽었다는 연락이 와도 나는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인다. 각자 살다 각자 죽자"라고 말한다.

드라마 초반부만 해도 시청자들을 화병 나게 했던 이 불륜남은 어느 순간 상사병 대상이 됐다.

기억을 잃으면서 순수함을 되찾은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면서 순정을 바치는 모습이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감을 사지 못하거나 카사노바로 치부될법했던 최진언 캐릭터가 인기를 얻은 데는 지진희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세월의 때가 묻을 수밖에 없는 40대에 무모할 정도로 사랑의 순수함에 몰두하는 남자는 판타지다.

지진희는 그 판타지에 제대로 부응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그 눈빛에 과거에 대한 회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신사 이미지와 중저음 목소리 등 자신의 무기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진희 하면 MBC TV 사극 '대장금'(2003~2004)에서 장금을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종사관 나으리' 이미지가 강했다.

그는 SBS TV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2004), SBS TV '봄날'(2005), MBC TV '스포트라이트'(2008년),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2009) 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거쳤지만 '종사관 나으리'를 지울만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SBS TV '따뜻한 말 한마디'(2012)를 거쳐 다시 불륜남 캐릭터를 맡은 지진희는 40대 남자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연기하면서 연기 인생 2막을 열었다.

◇ '주군의 태양' 이어 2연타…'로코 왕' 등극

여자의 외모 변신을 소재로 삼은 '오 마이 비너스'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없다.

성형외과 의사가 아닌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타 트레이너가 '미녀의 탄생'을 가능케 한다는 설정 정도가 참신할 뿐이다.

식상한 이야기를 가슴 두근대는 로맨틱 코미디(로코)로 바꿔놓은 일등 공신은 '시크릿 트레이너 존킴', 김영호로 분한 소지섭이다.

소지섭은 김영호의 강주은(신민아) 체중 감량 트레이닝이 시작된 3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김영호도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 남자 주인공처럼 완벽남이다. 집안이나 외모나 능력이나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조건이지만, 차가움으로 포장된 캐릭터다.



소지섭은 과하지 않은 '까칠함'으로, 귀엽고 상큼한 매력의 신민아와 제대로 들어맞는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강주은) 당신 몸은 내 마음이니까. 노(NO) 못해요" 처럼 30대 남녀가 주고받기 거북살스러운 대사도, 화면으로 담기에 다소 망측한 주짓수(관절 꺾기나 조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의 하나다) 장면도 소지섭이기에 용납된다.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있는 소지섭의 원래 이미지 또한 불행한 가정사와 골육종암 투병이란 김영호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데 적절하다.

11월 16일 시청률 7.4%로 출발한 '오 마이 비너스'는 갈수록 시청률이 상승, 10%돌파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소지섭은 SBS TV '주군의 태양'(2013)에 이어 다시 도전한 로코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로코 킹'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한동안 어둡고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하던 소지섭은 '주군의 태양'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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