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당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를 했던 이들의 후기도 이어지고 있다.
CPR 후기를 전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라며 안타까움을 남은 자책마저 토해내고 있다.
이런 그들을 본 시민들은 함께 아파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 아픔을 우선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극단적인 여성 우월주의로 무장한 이들이 모인 '극단적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CPR을 실행한 이들이 대부분 남자였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여성들은 당시 CPR 자원자를 구하는 가운데서도 쉽사리 나서지 못했고, 이 문제가 결국 CPR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초 커뮤 회원들은 "남자들은 군대에서 CPR을 배우지 않냐, 여자들도 CPR을 배울 수 있게 하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CPR 대부분 군대에서 배운다는데, 여자들도 군 훈련받을 수 있게 제도 좀 정비하라", "여자 2등 시민 취급 말고 좀 다양한 거 배울 수 있게 해라", "군대는 남자 차별이 아닌 여자 차별인 이유가 여기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우리도 군대 보내줘다 XX"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만 CPR을 할 줄 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게 이 회원의 생각이었다.
이 같은 반응에 남성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평소 군(軍) 입대 문제에 별생각이 없었으면서 이제 와 '입대'를 자청하는 것은 조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무엇보다 CPR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노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고, 주민센터에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에서도 이를 배울 수 있는 강의가 마련돼 있으니 학점 쉽게 딸 강의만 찾지 말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편 현장에서 CPR을 했다는 이들의 후기 중 "정신없이 CPR 하다 보니 배에 N자가 있었다"라는 후기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후기를 전한 A씨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영문도 몰랐지만, 일단은 CPR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블랙아웃이 됐고 기억이 전부 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배에는 'N'이 있었고 CPR을 하려는데 옆에서 그건 이미 사망했다는 뜻이라고 알려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 와서도 종일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의 후기도 충격을 준다.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에 나가 CPR을 했다는 한 응급의학 의사는 "내내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딴 데 가서 한잔 하자'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쳐다만 보다가 또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겠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