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된 한글날, 실은 없어졌다가 부활한 공휴일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주말을 맞이해 오늘(8일)부터 한글날 연휴가 시작됐다. 대체휴일제로 인해 월요일인 오는 11일까지 약 3일간 연휴가 지속된다.
개천절에 이어 또 한 번 휴일을 만끽하게 해준 이 한글날은 한 번 없어졌다가 다시 부활한 공휴일이다.
수십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최근 들어서 우리의 휴무를 책임져주고 있다.
한글날, 1926년 처음 기념식 거행...1946년부터 10월 9일 공식 날짜로 지정
한글날은 한글 반포 480주년이었던 1926년 11월 4일 처음 기념식을 거행했다. 당시 한글이라는 명칭이 알려지지 않아 '가갸날'이라는 생소한 명칭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후 일제강점기가 끝난 시기인 1946년에 10월 9일을 공식 날짜로 지정, 1949년 '관공서의공휴일에관한건'을 첫 제정하면서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은 한국인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으로 통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가치와 우수성 등으로 묘한 뿌듯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우여곡절 겪은 한글날...박정희 전 대통령, 한글날 두고 11번 '한글날 담화문' 내기도 해
하지만 이런 한글날도 과거 여럿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11번의 '한글날 담화문'을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만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일제가 허문 광화문을 제자리로 옮긴 뒤 한글 현판을 세웠다.
또 1962년 한글을 국보 제70호로 지정해 그해 기념식을 세종대왕의 묘역이 자리한 경기도 여주 영릉에서 거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세계 어떤 민족도 나라 글자를 위해 기념하는 날을 가지는 민족 없어"
하지만 한글날에 대해서는 꽤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1965년 한글날 담화문에서 "세계 어떤 민족도 제 나라 글자를 위해서 기념하는 날을 가지는 민족은 없다. 우리 민족만이 가진 특유한 자랑거리"라며 "우리가 글자만을 자랑하기보다 그 글자를 통한 높은 문화를 자랑하고 또 그 문화를 통한 우리들의 높은 생활을 자랑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글날은 수십년간 공휴일로 유지됐지만 1991년 달력에서 지워지는 비운을 맞이하게 됐다.
1991년 사라진 한글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결단..."개천절 등 쉬는날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 있어" 주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결단 때문이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월에 통상 추석 연휴가 있으며 개천절(3일) 등 쉬는 날이 너무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밀어냈다.
이후 한글학회 등 단체들의 노력으로 2005년 12월 8일 '한글날 국경일 지정 법안'이 통과,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국경일로 격상되는 쾌거를 이뤘지만 공휴일까지는 되지 않았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제안했지만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이 경제 및 생산성 저하 등을 우려해 반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공휴일로 격상할 수 있도록 나서...2013년 지금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
모두가 공휴일이 될 수 없을 거라 낙담할 때 뜻밖의 인물이 한글날이 공휴일이 될 수 있도록 나섰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서울 세종로에 훈민정음해례본을 든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을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지도자를 가졌다는 것은 민족의 큰 자랑"이라며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겨레의 보물이다. 독립일 및 승전일을 기념하는 나라는 많지만 문자를 만든 날을 국경일로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2012년에야 '한글날 공휴일 지정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채택됐고 한글날은 2013년부터 지금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편 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닌 훈민정음을 완성한 날로 전해진다.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굴돼 세종 28년 9월 상한 훈민정음을 완성했다는 구절을 발견, 이 시기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 양력 10월 9일로 지정했다.
북한에서도 한글을 기념하는 조선글날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날짜는 1월 15일인데 1443년 한글이 창제된 것을 기준으로 삼아 실록에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기록이 나온 12월 말을 양력으로 환산해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지정했다.
다만 주영북한공사 출신 태영호 의원에 따르면 조선글날은 푸대접을 받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 없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 달력에서 빠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