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고속도로를 달리는 택시 운전기사가 '운전 중' 무참히 폭행을 당했다.
도로에 많은 차들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택시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피해를 입는 '초대형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
8일 연합뉴스는 경기 김포시의 한 40대 택시기사 A씨가 지난 3일 오후 손님을 태우고 운행 중 3분간 70회에 달하는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산시로 간다며 탄 승객은 차가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횡설수설하며 질문을 던졌다.
"대마초 피워봤어?", "왜 이쪽으로 가?", "나 술 많이 마셨다" 등의 말을 내뱉었다. 차량 내 실내등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1차선을 시속 70~100km로 달리던 때, 승객은 A씨를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다.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마구 기사를 때렸다. 심지어 휴대전화로 내리찍기까지 했다.
이 승객이 집중적으로 폭행한 신체 부위는 머리와 목이었다. 이 때문에 기사는 운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A씨는 무차별 폭행을 당하면서도 경찰에 어떻게든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 승객이 나를 죽이려 한다"라고 신고했다. 그 뒤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해 운전석을 빠져나왔다.
알고 보니 승객은 만취 상태였다. 그가 탄 뒷좌석에는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A씨는 아직까지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경찰에 들은 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아직까지 아무 결과도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있다"라면서 "병원 진료 결과 머리와 얼굴, 목, 팔 등에 타박상과 찰과상 등 전치 2주 진단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가를 냈다. 공포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승객은 A씨에게 사과 문자를 했다고 한다.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선처를 호소했지만, A씨는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A씨는 "가해자가 사건 당일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피해자는 현재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비는 늘어나고, 수입은 없어 손해가 큰 상황이다.
그는 요즘 야간 택시가 잘 안 잡힌다는 불만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건 모두 이런 취객들 때문이다. 처벌이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 엄정하고 신속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들어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택시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의 한 60대 택시기사가 30대 만취 승객에게 폭행을 당한 뒤 택시마저 빼앗기는 피해를 당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20대 남자 승객이 요금 1만원을 먹튀하려다 기사가 쫓아오자 폭행을 가했다. 현재 피해기사는 실명 위기에 빠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경찰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4464명이 검거됐다.
현행 특가법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운전자 폭행으로 검거된 인원은 최근 5년 기준 규모가 가장 크다. 2017~2019년엔 2천명대였고, 2020년엔 3,041명이었다.
관련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은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실제 처벌도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