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아내 vs 불 같은 남편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물불 부부'가 출연해 오은영 박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난 26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결혼 5년차 부부가 출연했다.
아내는 감성적인 성격이지만 남편은 이상적인 성향을 가졌는데, 아내는 임신 중 무방비 상태에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모든 일을 하기 싫어한다며 무기력한 모습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내가 일터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하원을 도와달라는 장면이 나왔는데 남편은 "무조건 자기는 못 한다고 한다. 안 할 궁리만 하더라"라며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첫 아이 낳고 둘째를 바로 가져서 체력이 바닥났는데 그게 회복이 안 된다"고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내...아이는 우유로 끼니 때워
이어 "당연히 하원이 걱정된다. 밖에 있는 두 아이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만 오면 되는데 혼자서 케어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아이들의 밥을 차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5살 큰아이는 아침에 이어 저녁도 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4살인 둘째는 즉석밥 반 공기를 덜어 먹었다.
반찬 없이 맨밥만 먹는 모습에 모두가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쏟아지는 잠을 참기 힘들어했다. 지속적으로 복용 중인 우울증 약 때문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결혼한 이후 변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을에서 갑자기 갑이 됐다. 넌 이제 잡은 물고기야, 약간 보복심리 같았다"며 "제가 연애할 때 많이 튕기고 남편 속을 많이 썩였다"고 전했다.
남편은 "그 와중에 임신이 됐다. 결혼은 아닌 것 같아서 도망가려 했다. 안 낳으려 했는데 결론적으로 결혼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싫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될 대로 되라 하면서 결혼했다. 다 같이 멸망하자, 모르겠다 하고 결혼한 것"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아내는 "결혼 초에 저를 싫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며 "감옥에서 아이 키우는 기분이었다. 아이 낳아줘서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네가 알아서 해' 이랬던 시간이 길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임신 중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남편의 폭행...트라우마로 남아
특히 아내는 남편의 가정 폭력을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임신했을 때 폭행이 있었다"며 "남편이 때릴 때까지 다 때렸다, 그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었다. 이혼은 생각도 못한 것 같다. 아이가 있으니까 필요하니까 그냥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임신 6개월 차에 무방비 상태로 폭행당해 얼굴에 멍이 생겼다며 "이미 그때는 심적으로 내 자신을 포기했었다"라고 했다.
남편은 "제 잘못이니까 당연히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했다. 이어 "근데 잘못한 걸 알지만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라며 "미안하다고 잘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아내는 아직도 남편이 무서울 때가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은영 박사는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한다. 엄청난 충격을 받고 난 다음에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트라우마를 준 사람이 깊게 그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쩌면 아내의 무기력한 성향이 가정 폭력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다"라며 "남편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내는 남편이 사과하면 사과로 받아들여라. 그게 아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