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신간] '빗물 관리와 도시 물 순환'

인사이트사진 제공 = 커뮤니케이션북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갈수록 커지는 장마철 비 피해를 기후 변화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근래에 도시 홍수가 잦아진 주요 원인은 달라진 우리나라 강우 특성 변화에 있다. 


강우 횟수는 줄어드는 대신 연평균 강우량은 증가하고 있다. 비가 오는 횟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1년 동안 오는 비의 양은 늘어나고 있으니, 결국 비가 한 번 올 때 많이 온다는 의미이고,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가 올 때는 금세 넘쳐 홍수가 되고 비가 그치고 나면 물이 모자라 건천화(乾川化)되는 악순환을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곡된 물 순환은 빗물 관리 제도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나라 도시에서의 빗물 관리 정책 목표는 '신속 배제'였다. 비가 오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도시에서 내보낸다는 의미다. 빨리 '버리기' 위해 지표면은 포장되었고, 포장 면에서 유출된 빗물은 신속하게 우수관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의 양은 빠르게 증가하고, 하천의 통수 능력을 초과하게 되면 빗물이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해 도시가 침수되는 것이다.


도시지역은 지표면이 대부분 포장 면으로 이루어져 빗물을 침투시키거나 저류시킬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빗물의 유출이 빠르기 때문에 침수 피해가 증가한다. 서울의 경우, 빗물이 땅으로 침투되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 비율이 50%에 이른다. 비가 내리면 절반의 지역에서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이다.


도시 물 관리에서 넘침과 모자람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개발 이전 자연 상태의 물 순환과 유사하도록 빗물을 침투시키고 저류시키면 된다. 


도로 노면의 우수가 도로변 빗물받이를 통해 우수관으로 흘러들던 기존 방식을 바꿔 도로변 완충 녹지에서 저류되고 침투되도록 하는 것이다. 


침투와 저류를 통한 유출량 저감은 도달 시간 지연에 따른 홍수 피해를 줄여 줄 뿐만 아니라 지하수 복원, 증발산에 의한 대기 냉각 및 습도 조절, 생물 서식 환경 형성 등 친환경적인 물 순환 체계 복원에도 기여한다.


도시에서 빗물의 침투와 저류를 통해 물 순환에 대한 영향을 줄여 보려는 기법이 저영향 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 기법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해 LID 기법 도입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시공에 필요한 공사비 부담과 시설의 지자체 이관이 곤란하다고 한다. 


지자체는 LID 기법의 적절한 유지 관리 방법과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국민도 LID 기법을 썩 반기지는 않고 있다. 


기존의 '신속 배제' 방식은 비가 오고 난 뒤 지표면에 쌓여 있던 오염 물질이 씻겨 나가 도시가 깨끗해지지만 LID 기법 도입시에는 비가 그치고 난 뒤에도 일부 지역에는 빗물이 고여 있게 된다.


이 책은 빗물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작으로 LID 기법 도입의 효과와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했다. LID 기법 도입 방안과 사례를 제시하고 LID 기법의 해외 사례와 최근 동향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