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 말, 한 남성의 동생은 결혼을 한다.
이 남성은 사랑하는 동생이 결혼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지만, 가슴 한켠에는 씁쓸한 마음이 있다.
자신은 짝이 없어서다. 결혼할 짝이 없는 것은 물론 다른 이의 결혼식에 데려갈 짝조차 없다.
당장 친척 어르신들, 동네 어르신들의 잔소리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직장 女 후배에게 이 쓰라린 마음을 토해내고 푸념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후배가 "오빠, 그럼 제가 여자친구인 척해드릴게요"라고 한 것이다. 이 남자는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조언을 본 누리꾼들은 "그린라이트"라고 짧게 말했다.
여자 후배가 직진을 하고 있으니 마음에 들면 받아주고, 안 들면 거절하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상식적으로 '마음'이 없다면 전혀 할 이유가 없는 행동이라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더군다나 여친인 척해달라 요청한 게 아닌, 여친인 척해주겠다는 제안인 만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글쓴이에게 결혼식 후기를 꼭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요청이 전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이 댓글을 보고 분노(?)에 휩싸이고 말았다.
글쓴이는 "여자친구 합의하에 올린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첫구부터 오타니급 163km/h 직구를 꽂아버렸다.
그는 "그렇게 됐다"라며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고맙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했다.
여 후배의 제안에 응답하기 위해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며 '오빠' 하고 외치는 후배를 보고 전에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심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는 "후배가 나를 편하게 대하는 줄 알았는데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라며 "그게 마음이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먼저 이야기했다. 진지하게 만나보지 않겠냐고"라며 "여자친구는 자기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 안 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내 고백을 받아줬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앱에 올라온 이 '염장글'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될 놈은 된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설파해 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제발 세로드립, 세로드립이어라"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글쓴이가 LG전자 직원이라며 "삼성전자만 쓰겠다"라는 웃픈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