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국방부에 '전우애' 다룬다고 지원 팍팍 받은 유명감독, 결국 고소 당했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군 내부 문제를 비판하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이름을 알린 윤종빈 감독


[인사이트] 최유정 기자 = 수많은 대작을 탄생시킨 윤종빈 감독이 시나리오 문제로 고소까지 당했던 과거가 재조명됐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입소문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수리남'의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의 과거 이력에 관심이 모였다.


윤종빈 감독은 지난 2005년 장편 데뷔작이자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선, 후임병 사이의 갈등 등 군 내부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들춘 영화로, 부산 국제 영화제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육군의 선의를 무시한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군부대에 고소당한 윤종빈 감독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떨쳤으나, 가짜 시나리오를 군부대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육군에 고소를 당했다.


당시 윤종빈 감독은 영화 제작에 필요한 군의 지원을 받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군부대에 보냈으나 거절당했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그러자 그는 시나리오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고 수정한 뒤 다시 제출해 군부대의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로 윤종빈 감독은 애초에 거절당했던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육군에 따르면 윤종빈 감독이 수정해서 보낸 시나리오상에는 군에서 만난 선임, 후임병이 우정을 쌓아 전역 후에도 친구처럼 지낸다는 내용이었지만 실제 제작된 영화는 억압된 군 복무로 후임병과 선임병이 잇따라 자살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육군은 "제작자는 육군의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가짜 시나리오를 첨부한 문서로 육군에 촬영 지원을 요청하는 기만행위를 했고 '대학생의 순수한 창작활동 지원'이라는 육군의 선의를 무시한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라며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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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제작자를 고소하는 것과 동시에 이 영화가 중앙대 영화학과의 졸업작품으로 제작된 만큼, 중앙대학교에도 성의 있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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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 "유연한 입장으로 영화를 봐달라"


이에 대해 윤종빈 감독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윤종빈 감독은 "본인이 '용서받지 못한 자'를 완성하기 위해 군 기관의 허락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분명히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한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에는 이 영화가 학교 졸업영화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 군의 협조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일반 극장에서의 상영이 진행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라며 반박했다.


이어 윤종빈 감독은 "군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담겨 있지만 요즈음의 시대 상황에서 군 측도 이해하고 용인하실 수 있는 내용이라는 본인의 판단이 있었기에 애초에 원안으로 신청을 했다. 뜻밖에 거절을 당한 상황에서 영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며 호소했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그는 당시 허가를 내준 군부대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를 전하면서도, "하지만 이 영화는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그리고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다시 이런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 해도 아마도 이전과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라며 확고한 소신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윤종빈 감독은 군 관계자들에게 "조금만 더 유연한 입장으로 영화를 봐달라"라며 너그러운 시각을 부탁했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이 진심 어린 사과문을 발표하자 결국 국방부는 그를 용서한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한편 윤종빈 감독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비스티 보이즈', '검사외전', '군도:민란의 시대' 등 수많은 대작을 탄생시켰다.


인사이트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