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2020년부터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한국에서 처음 보는 차네요"라는 사진으로 도로에서 포착된 차량의 사진이 종종 올라왔다.
뒷모습은 흡사 포르쉐 카이엔과 닮았으나 'PORSCHE'라는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테일램프 양쪽 끝이 모이며 둥글게 마감되는 카이엔과 달리 사진 속 차량은 넓어지면서 각지게 끝난다.
앞모습은 폭스바겐, 또는 르노삼성차의 SM5와 비슷한 모양의 헤드램프를 달고 있다. 옆에서 본 전체적인 실루엣은 포르쉐 마칸과 닮았다.
전체적인 모습은 포르쉐와 닮았으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른 차다.
이 차의 정체는 바로 신원CK모터스가 선보인 2020년형 중국 동풍소콘의 쿠페형 SUV '펜곤 IX5'로 가솔린 엔진을 단 2000만원대 싼타페급 중형 SUV다. 현재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신원CK모터스 국내에 0.7~0.9톤 소형 트럭과 2인승/5인승 밴을 판매하고 있는 자동차 수입사로 국내 유일의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차 전문 판매 기업이었다.
2018년 4월 중국 2위 자동차그룹인 동풍자동차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5월 동풍소콘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 1종과 경상용 트럭 및 밴 5종의 신차로 발표했다.
동풍소콘은 동풍자동차그룹과 충칭의 6대 대기업 소콘공업그룹이 합자한 자동차 제조사로 유럽 인증 및 유럽 표준 차량 인증을 연속으로 통과한 중국 최초의 브랜드다.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은 주목할만하다. 이미 자국 시장의 절반을 점유했으며 수출 200만대를 넘겼다.
중국 내에서 "외국 차와 차이를 못 느끼겠다", "기술에서 디자인까지 아주 좋다" 등 호평을 받는 중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누가 중국차를 타냐?", "중국 차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만 펜곤 IX5가 그 이미지를 조금씩 벗겨내는 듯 보였다.
펜곤 IX5는 '중국의 포르쉐', '공산당 카이엔'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자동차다. 앞서 언급했듯 포르쉐 SUV와 디자인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이 때문이다.
'그래봤자 중국차겠지', '외국 유명한 차 디자인 다 따라 했네' 등의 반응도 있지만 디자인이 괜찮다는 호평도 받았다.
쿠페처럼 급격하게 떨어지는 크로스오버 SUV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는 잘 만들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마감도 깔끔해 디자인상으로는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이뤄졌다. 최고 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 22.4kg.m이다.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9.8km, 전체적인 성능은 도심이나 일상 주행을 하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점들도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할 때는 다소 답답함이 느껴지고 엔진음은 운전석이 울릴 정도로 컸다는 후문이다.
최근 국산차에 대부분 적용되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포함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모두 빠졌다. 아직 국내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한계다. 열선 스티어링, 통풍 시트 기능도 없었다.
중국 자동차 AS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높은 것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런데도 매력적인 이유는 역시 가격이었다. 차량 크기는 싼타페 수준이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248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차였던 것.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디자인, 마감, 가성비 모두 괜찮네. 품질이랑 수리만 잘 된다면 좋을 듯", "솔직히 중국차일 줄 몰랐다", "가성비는 좋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다만 중국산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과 낮은 신뢰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진한 판매를 보이며 신원CK모터스의 운영이 중단됐다.
현재 펜곤 IX5는 중고차 시장에서 매물로 만나볼 수 있으나 부품 수급 등의 이유로 역시 외면받는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중국차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는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서 올해 상반기 3.5%로 확대됐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이자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업체인 BYD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70여 개국에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64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전기차 판매 2위에 오른 기업이다.
현재는 중국차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지만 앞으로 성장세를 봤을 때 중국산 차의 위협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