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비싼 기름값에 고통받는 서민들 위해 '알뜰주유소' 탄생 시켜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2011년, 전 세계 원유(석유) 가격이 120달러(현재의 약 1.3배)를 넘나들던 시기 국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고통을 겪었다.
수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대한민국 특성상 석유 가격의 상승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낳았다.
기업들도 비용 상승 때문에 힘들었지만, 고통의 몫 대부분은 국민들이 짊어졌다. 특히 서민들에게 전해지는 고통이 컸다.
최악의 시기로 일컬어지는 이때 서민들의 고통을 더 키운 것이 있었다. 바로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이었다.
당시 정부의 수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에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나왔던 게 '알뜰주유소'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 시중 주유소보다 휘발유 기준 1L당 100원 넘게 싸게 공급하는 알뜰 주유소를 출범시켰다.
'혼합석유'(국내 여러 정유사의 석유를 혼합한 것) 판매를 허용하면서 가격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공동구매 및 세제 혜택을 통해 서민들이 싼값에 기름을 살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제도 덕분에 수많은 서민이 가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 2008 서브프라임모기지 발 금융위기에도 경제가 안정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알뜰주유소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사들, 알뜰주유소에 강한 불만...민간 경합 분야 공공기관 역할 축소 움직임
그런데 이런 알뜰주유소가 "없어질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서는 특정 카르텔의 압박과 로비 때문에 전체적인 기름 가격이 낮아지도록 하는 알뜰주유소가 없어질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알뜰주유소로 인해 가격 담합을 잘 하지 못하고, 더 비싸게 받기 어려운 구조가 돼 이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민의힘 한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 등에서 주유소 업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알뜰주유소 지원으로 피해가 크다는 불만이 터진 바 있다.
이 토론회에서는 알뜰주유소 민영화 혹은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기에 시민들 의혹 제기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유소 업계의 불만이 크다면 지속적인 대정부 압박이 있을 수 있고, 목소리가 큰 기업들 특성상 이 불만이 관철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SBS가 지난 11일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중 "업계와 상생을 위해 소비자 접근이 어려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알뜰주유소를 확대할 필요가 없다", "신규 알뜰주유소에 주는 보조금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하면서 시민들 불안은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민간 경합 분야의 공공기관 역할 축소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만큼 알뜰주유소가 '축소'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알뜰주유소 사업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 탄생 뒤 국민 편익은 10년간 약 2조 1천억
알뜰주유소 도입 뒤 약 10년간 소비자가 연평균 약 2천억원이 넘는 편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총 2조 1천억원 정도의 편익이 국민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1호점을 연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농협, 한국도로공사가 1,295곳에서 운영 중에 있다. 국내 전체 주유소의 약 10~11% 규모다.
정부 재정지원은 총 207억 3천만원, 연평균 20억 7천만원. 이를 고려하면 재원 투입 대비 효과가 높은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민간 주유소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 이면도 존재한다는 평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