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초석을 닦은 기업인의 마지막 질문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삼성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 한 달 전 천주교 신부에게 삶을 살아오며 풀지 못한 의문를 남겼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삼성 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 남긴 의문"의 내용이 재조명됐다.
총 24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내용에는 "하느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냐"부터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까지 삶을 살아가며 생각할 수 있는 종교적 철학에서부터 태고(太古)적 고뇌까지 종류는 다양했고, 깊이감은 남달랐다.
기업을 이끌었던 총수도 결국은 신 앞에서는 미약한 인간에 불과할 뿐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가졌던, 눈을 감는 순간까지 풀지 못했던 의문들을 되짚어보며 그동안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디까지 생각해 봤는지 돌아보자.
1. 신(하느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2. 신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3.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이나 생물도 진화의 산물 아닌가?
4. 언젠가 생명의 합성,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
5.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6.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예 :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갖가지 흉악범들)
7. 예수는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 왜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짓게 내버려 두었는가?
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9.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10. 영혼이란 무엇인가?
11.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12. 천주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무종교인, 무신론자, 타 종교인들 중에도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13.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천주교만 제일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
14.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15. 신앙이 없어도 부귀를 누리고, 악인 중에도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사람이 많은데,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16.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17.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국민의 99%가 천주교도인데, 사회혼란과 범죄가 왜 그리 많으며 세계의 모범국이 되지 못하는가?
18.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처럼 되는데,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19. 천주교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고 하는데, 천주교도가 많은 나라들이 왜 공산국이 되었나?
20.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21. 로마 교황의 결정엔 잘못이 없다는데, 그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독선이 가능한가?
22. 신부와 수녀는 어떤 사람인가? 왜 독신인가?
23. 천주교의 어떤 단체는 기업주를 착취자로, 근로자를 착취 당하는 자로 단정, 기업의 분열과 파괴를 조장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와 미덕을 부인하는 것인가?
24.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기업 총수의 질문에 천주교 신부는 '이렇게' 답했다
당시 이 회장의 질문지는 1987년 고(故) 박희봉(1924~88) 신부에게 전해졌고 박 신부는 이를 가톨릭 석학인 정의채(86·당시 가톨릭대 교수) 몬시뇰에게 건넸다.
정 몬시뇰은 답변을 준비해 이 회장을 직접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러는 동안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됐다. 삼성 측에서는 "건강이 좀 회복되면 만나자"고 연락이 보냈지만 이 회장은 폐암으로 한 달 후에 타계하며 문답의 자리는 무산됐다.
정 몬시뇰은 20년 넘게 질문을 간직해오다 그의 제자인 차동엽(53·인천가톨릭대 교수·미래사목연구소장) 신부에게 전했다. 차 신부는 스승의 질문지를 받아 2012년 연말 『잊혀진 질문』(명진출판사)이란 책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편 차동엽 신부는 지난 2019년 향년 61세의 나이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