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속 국군 위생병으로 연기해 큰 인기를 누렸던 배우 서재경(40)씨가 10년 동안 대중 앞에 나타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지난 1일 방송된 MBN 시사교양 프로그램 '특종세상'에 서재경씨가 출연해 10년 만의 근황을 공개했다.
서재경씨는 과거 "20대 중반에 '웰컴 투 동막골' 영화를 찍은 뒤 시트콤 주인공도 하고 미니시리즈 주조연도 3~4개씩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면서 "당시 부모님이 '벼는 익을수록 고래를 숙인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제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늘 밑보다 위를 바라보고 생활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9월 서재경씨의 아버지 '고(故) 서희승씨'가 의료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후 모든 방송 활동을 멈추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학교에서 연극 연출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왔지만 (아버지는 이미) 중환자실로 올라가셨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가 직장암 1기셨는데 수술도 잘 끝내시고 회복 과정에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셨다"면서 "혈압이 낮아져 혈압 상승제를 맞았는데 약물이 과다 투여되면서 심장쇼크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호상이 아니라 의료사고로 돌아가셔서 (충격이) 좀 컸던 것 같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서재경은 이후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소송에만 매달리게 됐다.
길어지는 소송 탓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그는 이사를 다니며 버텼고 3년이 지나서야 소송이 끝났다.
그는 "소송 판결문에 '일부 승소로' 나왔다. 잘못은 병원 측이라는 것인데 '일부'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면서 "아버지의 명예, 그들의 잘못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그게 아들로서 할 수 있는 도리"라며 씁쓸해했다.
긴 소송 끝에 그는 드디어 웃을 수 있었지만 큰 상실감에 더 이상 배우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존경하는 아버지이자 배우를 잃어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그래서) 제 인생의 모든 걸 올 스톱 시키게 된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보고 손 한번 먼저 잡아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하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최근 서재경은 친구의 제안으로 연기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면서 다시 배우로 도전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지금 제가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 더 좋은 순간에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싶다"며 "웰컴 투 동막골을 했던 배우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차근차근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서재경은 아역 시절부터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으로 데뷔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치다가 2005년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에서 국군 위생병 문상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