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폐 자녀를 둔 한 부모는 극 중 검사가 증인인 의사한테 '우영우가 자폐인지 아닌지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보인 행동을 두고 "자폐의 모습이 흥밋거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발달장애, 자폐 아이를 키우는 회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 소개된 '우영우가 불편하다'는 글이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작성자 A씨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이를 통한 순기능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변호사가 가능한 자폐인을 자폐인으로 부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 중 캐릭터가 천재적 두뇌를 가졌다 해도 빠른 이해 능력을 겸비한 변호사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며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자폐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폐는 병이고 심신미약인데 변호인이 자폐라면 그 또한 심신미약이 아니냐"면서 "그런 변호사가 어떻게 변호를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드라마 장면 중 하나를 예시로 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증인인 의사한테 우영우가 자폐인지 아닌지 말하라는 장면에서 그가 눈을 굴리고 눈 맞춤을 하지 못하며 기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싫었다"면서 "자폐의 모습이 흥밋거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 "성인 발달 장애인들은 집에만 두던지, 시설에 보내던지 등 보호자가 24시간 있어야 하는 시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우영우 정도(의 능력은)는 돼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말미에는 "이런 눈길끌기용 드라마로 사회 내 편견이 사라질지, 시야가 넓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의 글에 카페 내 다른 회원들도 "결국 장애도 똑똑해야 하는 사실이 불편했다", "드라마 보면서 판타지 같아 공감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공감했다.
타 커뮤니티 등에서도 A씨의 의견이 이해된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자폐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일반 사람들에겐 그저 재밌는 드라마 중 하나겠지만 이들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까", "실제 내가 저런 입장이라면 억장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 시청률은 0.9%에 불과했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더불어 흑등고래 CG 등이 화제를 모으며 지난 13일 방송 시청률은 9.1%까지 치솟아 국내에 신드롬급 흥행을 만들었다.
또 같은 날 넷플릭스가 발표한 '전 세계 톱 10 프로그램(쇼)' 주간차트에서는 드라마가 비영어권 TV 시리즈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해외 시청자들의 이목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