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오빠 나 성폭행 당했어"... 금융권 직장인 남편까지 속인 보이스피싱범의 소름 돋는 연기 (영상)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오빠 나 성폭행 당했어... 빨리 와.. 빨리.." 


충격적인 전화의 발신자 번호는 다름 아닌 임신한 아내였다.


지난 5월 2일 유튜브 채널 '옆집아들'의 운영자 A씨는 금융권을 다니고 있는 자신도 속을만큼 치밀하게 연기한 보이스피싱범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아내의 번호를 확인하고 기분 좋게 받았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흐느끼는 아내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A씨는 아내를 안심 시키려 했지만, 곧이어 성폭행범을 연기하는 보이스피싱범이 전화를 뺏어 받으며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돈을 보내고 아내를 찾을 것인지' 두 가지 선택권을 주며 협박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아내가 임신 14주 차인 상황이기에 당시 '성폭행'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사리판단이 불가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다른 곳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카카오톡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뒤 자신을 위치 추적하지 못하도록 해외로 설정해놨으니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며 위협했다.


그러고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챙겨서 근처 은행에서 출금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권에 다니는 A씨는 당장의 금융 피해라도 막아보고자 못 알아듣는 척 지시에 따랐다. 이 과정까지 A씨는 조금의 의심도 하지 못했다.


보이스피싱범이 자신이 '신혼'인 것과 '5월 초 여행'을 간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두려웠음에도 여분의 회사용 휴대폰으로 112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범과 통화 내용을 들려주며 경찰이 위치 추적하도록 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잠시 뒤 ATM 기기 앞에서 돈을 찾던 그에게 도착한 경찰관은 "신고하셨죠?"라는 말과 함께 A씨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지만, A씨는 혹시라도 진짜 '납치극'이라면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 염려하며 경찰관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했었다.


뒤이어 들어온 여자 경찰관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첩과 볼펜을 건네 상황을 물었고, 아내의 번호를 얻어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결국 이 일로 2000만원 손해봤지만 더 큰 사고를 예방했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자신도 손쉽게 당하는 것을 보고 씁쓸해하며 더 이상의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영상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YouTube '옆집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