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한국 외환보유액, 한달새 100억달러 사라지고 반년새 250억달러 증발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대한민국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00억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 8천만달러(약 570조 4천억원)였다. 이는 전월 말 4477억 1천만달러(약 582조 1천억원) 대비 94억 3천만달러 감소한 수치다.


한 달 만에 94억 3천만달러 감소한 수치는 2008년 11월 117억 5천만달러감소 이후 13년 7개월 만이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감소폭을 두고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및 금융기관 예수금이 감소했다"라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란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를 뜻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원화 가치 폭락세(환율 급등)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달러화 가치 폭등세가 이어지기 때문이고, 이에 따른 원화 약세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유동성 흡수와 물가 급등세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 한국의 수출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긴축은 유동성 증가를 위해 매입했던 채권을 팔아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걸 말한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천문학적 액수 돈을 뿌리며 경기부양을 했었고 이를 거둬들이는 과정에 있다. 


무역수지도 문제다. 무역수지는 외환보유액을 좌우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2021년 기준 84.8%로 미국(35.5%)이나 일본(34.1%)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다. 


다시 말해 무역수지는 핵심적인 경제 지표이자 외환보유액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15.6% 증가해 3503억 달러에 달했으나, 수입이 26.2% 늘어난 3606억 달러에 이르러 무역수지 적자가 103억 달러를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악화된 경제 상태를 두고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어쩌면 이미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