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달부터 개인회생 단계에서 코인·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한 금액을 법원이 청산 가치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투자로 잃은 돈을 재산으로 보는 것은 변제금 산정 원칙에 맞지 않아 실무를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코인·주식 투자 손실금까지 변제해주는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은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본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신청을 할 대 변제금의 총액에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를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내용의 실무 준칙을 제정해 1일부터 시행했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년 동안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아나가면 남은 채무를 줄이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빚을 진 사람들이 사회 복귀를 도와주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변제금은 월 소득과 청산가치로 결정된다. 청산가치는 현재 채무자가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을 고려해 산출되는데 이번 결정은 코인·주식의 원금이 아닌 잔존가치만 따지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에 빌린 돈 1억원을 투자한 A씨가 시세 급락으로 현재 남은 가치가 2000만원에 불과하다면, 개인회생을 신청한 A씨의 변제금은 2000만원을 기준으로 한다.
과거에는 1억원이 빚으로 인정됐지만 이제는 2000만원만 갚으면 되는 셈이다. A씨는 월급 중 최저 생계비를 빼고 남은 2000만원을 3년 동안 꾸준히 갚으면 모든 빚을 갚은 것이 된다.
회생법원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투자해서 돈을 잃어도 그만', '빚 갚으면 바보'라는 풍토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잃어도 '개인회생 신청하고 안 갚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할 수도 있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가령 식당을 새로 차렸으나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빚을 지고 가게 문을 닫을 경우와 코인·주식 투자 실패로로 인한 손실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코인·주식으로 생긴 빚을 탕감해주면 돈을 빌려준 개인이나 금융기관, 국가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빚투 실패자를 구제하는데 따른 사회적 비용은 성실 상환자가 부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투자 손실금을 모두 탕감해주기보다 일부만 탕감해주고 빚투 실패자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